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스타일리쉬하고 스피드 한 액션 구현 등 공개되기 전 <회사원>은 줄곧 <아저씨>와 비교 대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회사원>은 <아저씨>와는 다르게 회사원들의 고뇌를 다룬다. 화가 치밀어 올라도 가족을 위해 꾹 참고, 낙하산 상사의 비유를 맞춰야 하고, 온갖 스트레스를 담배 한모금과 소주 한 잔으로 푸는 직장인의 모습을 그린다. 감독은 열심히 일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피폐해진 회사 선배와 훈의 엄마 미연(이미연)을 등장시켜, 형도의 심경 변화를 유도한다. 그리고 평범한 삶을 꿈꾸는 형도가 회사에 반기를 들게 만들어 액션의 장으로 인도한다.
후반부 형도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액션 장면은 만족 할 만 퀄리티를 보여준다. <아저씨> <테이큰> 등과 비교해 극명한 차별성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적절한 핸드 헬드 촬영기법으로 액션의 긴장감을 부여한다. 특히 사무실 파티션과 책상, 서류 등의 소품들을 이용한 액션은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다. 하지만 드라마와 액션은 좀처럼 부합되지 못한다. 현실의 고뇌와 고통이 발화점이 되어 액션이라는 화끈한 총알이 나가야 하는데, 고장 난 총처럼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다. 문제는 형도가 회사를 풍비박산으로 만들 동기가 약하다는 것이다. 정작 ‘왜’가 빠져 있는 상태에서 회사 동료들에게 총알세례를 퍼붓는 건 너무 과하게 느껴진다. 그 순간 형도는 회사원이 아니라 그냥 킬러로 보인다. 회사원이 킬러라는 새로운 설정을 살리지 못하는 아쉬운 대목이다. 과연 영화가 관객의 감성을 제대로 명중시킬지 의문이 든다.
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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