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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액션드라마 장르의 근사한 이종교배 (오락성 8 작품성 8)
루퍼 |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 양현주 이메일

2044년의 캔자스는 더 이상 도로시의 도시가 아니다. 도시 전체는 슬럼화 되어 있고, 극소수의 최상위층이 황폐화된 도시 사이를 질주한다. 루퍼는 두 계층의 사이에 존재한다. 이렇다 할 기술도 능력도 미래도 없는 이들은 전문킬러다. 2074년의 조금 더 먼 미래에는 CSI 감식 기술로 시체 처리가 불가능하다. 거대 범죄 조직은 금지된 시간여행을 이용해 시체를 은폐한다. 루퍼의 임무 원칙은 간단하다. 2074년의 제거대상자가 타임머신을 통해 2044년으로 보내진다. 시간여행으로 보내진 대상자는 도착과 동시에 루퍼에게 암살된다. 단 법칙은 있다. 제거 대상자가 자기 자신이라 해도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는 것. 루퍼 사이에서 은퇴라고 불린다. 하지만 어떤가, 한치 앞도 모르는 뒷골목 인생들에게 미래 따위 중요하지 않다.

<루퍼>는 익숙한 타임슬립 장치를 장착하고 장르를 이종교배했다. 타임슬립물은 따지고 들면 대개 허점을 드러내기 쉬운 장치다. <루퍼> 또한 시간여행의 논리적 허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논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루퍼>는 이야기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 정도의 적당한 얼개로 시간여행의 법칙을 짜고 드라마를 밀어붙인다. SF의 외피 속에서 액션과 드라마가 합을 이루면서 말이다. 드라마는 <인셉션>의 조셉 고든 레빗이 맡고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가 전매특허 액션을 구축한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라는 동일인물이 전혀 다른 장르 안에서 두 가지 재미를 뽑아낸다. 여기서 SF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는 이 두 장르를 연결하는 아교 역할을 할 뿐이다. <브릭> <블룸 형제 사기단>으로 입지를 고취시킨 라이언 존슨은 세 번째 장편 <루퍼>로 이종 장르의 유희를 재확인한다.

영화를 보면서 성공한 타입슬립물이 여럿 연상되는 건 당연하다. <루퍼>는 고전이 된 로버트 저메키스의 <백 투 더 퓨처>의 코미디나 <터미네이터>의 비장함과는 궤를 달리 한다. 하지만 이야기적인 면에서는 <터미네이터>를 역이용한다. 미래의 영웅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렀던 <터미네이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미래의 악당을 죽이는 것을 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현재의 나 또한 미래의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달린다. 이 모든 추격과 암살 작전은 어느 시점에서 결국 살리기 위한 대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영리한 드라마다.

20세기의 타임슬립에서는 선악이 명징했다면, 21세기의 <루퍼>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라이언 존슨이 직조한 상상력이란 낯선 것이 아니다. 신선함과 진부함이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점에서, <루퍼>는 그 한 장이 신묘하게 얹혀 있다. 특히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미학적인 폭력 씬이 하이테크로 흘러가는 액션드라마의 격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 <루퍼>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타임슬립물이지만 CG와 미술로 미래적 분위기를 전시하는데 관심이 없다. 황량한 디스토피아의 풍경 속에서 SF를 무기로 달리는 액션 드라마, 고풍스러우면서도 근사한 오락영화의 탄생이다.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SF로 단단히 이어붙인 액션과 드라마
-(<터미네이터> + <오멘>) x <메멘토> = <루퍼>
-체감시간 20분의 두 시간짜리 롤러코스터
-조토끼가 30년 후 브루스 윌리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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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witch15
조토끼 연기 너무 멋지다. 뻔할거 같은 영화인데도 감독의 연출력으로 성공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2012-10-26 10:54
ddargi20
내가 나를 죽을껄 알고 과거의 자신과 대치하는 상황이 웃기게 멋짐~ㅋㅋ   
2012-10-17 15:46
cipul3049
오락성 작품성 이번만큼은 적절하게 주웠다고 생각하네요.   
2012-10-13 03:54
poocrin
타임슬립...다른 시대의 나를 보게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2012-10-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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