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다른 여타 게임 원작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응용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게임(바이오 하자드)이 나올 때마다 집에서 직접 해 본다”는 폴 W.S. 앤더슨 감독과 밀라 요보비치 부부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들은 게임을 영화에 반영하는데 굉장히 부지런하다. 게임버전의 업그레이드는 영화에 바로 적용된다. 게임에 등장하는 액션 씬이 영화 시퀀스로 부활하고, 게임 인기 캐릭터가 현존하는 배우에 의해 스크린으로 살아나는 식이다. 이번 편에서는 레온 케네디(조핸 어브), 에이다 윙(리빙빙), 베리 버튼(케빈 두런드) 등이 게임 팬들의 요청에 의해 영화적 생명을 얻었다. 영화 시리즈 팬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할 선물도 있다. 시리즈 10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1~4편에 등장했던 배우들(미셀 로드리게즈, 콜린 살몬. 시에나 길로리, 오데드 페르, 보리스 코조)이 대거 귀환했다. 기존 아군이었던 그들이 앨리스(밀라 요보비치)의 적수가 된다는 설정이 나름 흥미롭다. 물론 이러한 재미는 게임 유저나 시리즈 팬들만이 누릴 수 있는 보너스다. 전작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리즈 영화의 운명은 <레지던트 이블>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레지던트 이블>은 무늬는 좀비영화지만 속은 액션으로 꽉 찬 시리즈다. 이번에도 밀라 요보비치의 현란한 액션은 계속된다. 액션의 양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보다 많은 수의 액션을 선보이기 위해 제작진은 엄브렐라의 비밀기지 세트를 아예 게임 무대처럼 만들어버렸다. 도쿄·뉴욕·워싱턴·모스크바로 이어지는 가상무대는 마치 게임 유저가 원하는 배경을 선택해서 플레이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게임적인 느낌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게 이번 5편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최후의 심판’이라는 부제와 달리, 제작진은 아직 앨리스를 떠나보낼 마음이 없다. 그 어떤 공격을 당해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앨리스야 말로, 진정한 좀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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