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커밍아웃을 한 김조광수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10대 소년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소년, 소년을 만나다>, 20대 게이 청년들의 연애담을 그린 <친구사이?>에 이어 감독은 30대 게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분위기가 어둡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밝고 유쾌하다. 이성애자에서 동성애자로 주인공들이 바뀐 것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타 로맨틱 코미디와 흡사하다. 위장 결혼으로 인해 벌어지는 다수의 에피소드들은 경쾌하게 흘러간다. 여기에 민수의 친구들로 나오는 게이 합창단 ‘G-voice’의 멤버들이 등장해 계속해서 웃음을 전한다.
영화가 빛을 발하는 지점은 실제 게이나 레즈비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극의 중심에는 성소수자들에게 큰 벽인 ‘커밍아웃’이 자리 잡고 있다. 민수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지 못해 위장결혼을 하고, 그 사실이 밝혀질까 매번 불안해한다. 커밍아웃을 해도 문제는 생긴다. 민수와는 다르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석이 또한 결혼을 앞둔 동생에게 “왜 끝까지 숨기지 않았냐”고 모욕과 멸시를 당한다. 효진 또한 병원에서 레즈비언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는다. 감독은 흥겨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현실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을 삽입,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게이 커플에 비해 레즈비언 커플에 대한 이야기가 적은 것과 투박한 연출력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그 단점을 메우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김조광수 감독이 연출하는 40대 게이들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2012년 6월 22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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