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협지와 <아부의 왕>의 유사점은 여기(동식이 아부기술을 마스터하는 중반)까지다. 무협지 구성을 따랐다면, 후반부는 주인공이 초반에 익힌 기술을 이용해 난관을 뛰어넘는 과정이 주를 이뤘을 것이다. 하지만 <아부의 왕>은 앞에서 펼쳐놓은 기술을 응용하기는커녕 느닷없이 멜로로 커브를 꺾는다. 동식의 첫사랑 선희(한채아)가 등장하면서부터 영화는 갑자기 <로미오와 줄리엣>을 이식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의외로 소비되는 캐릭터는 후반부 등장하는 ‘아부계의 팜므파탈’ 예지역의 김성령이다. 이야기가 아부에 집중했다면 그녀의 카리스마가 드러날 기회가 많았겠지만, 영화 자체가 멜로로 선회한 상황에서 그녀의 입지는 좁다. 게다가 영화는 김성령 캐릭터마저 멜로로 엮는데 소비한다. (최근 드라마 <추적자>에서 김성령이 보여주는 연기력을 생각해봐라. 이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고작 이것만?)
<아부의 왕>은 여러모로 송새벽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노린 영화다. 성동일과 묶어 웃음 시너지를 얻으려 했을 게 분명하다. 송새벽은 기대만큼의 연기를 보여준다. 연기적으로 나무랄 건 없다. 그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익숙한 그 무엇을 보여준다. 문제라면 송새벽은 그대로지만 관객이 변했다는 거다. 관객들에게 송새벽의 어눌한 유머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그가 지닌 유머 코드가 독특한 건 분명하지만, 반복해서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송새벽은 <방자전>이후 자신의 필살기를 너무 자주 노출시켰다. 송새벽도 이제는 영악해질 필요가 있다.
2012년 6월 21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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