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무한한 금광이다”라는 홍상수 감독의 말처럼 그에게 일상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무한한 소재거리인 동시에 동력이다. <다른나라에서> 또한 일상적인 모습을 신비로운 이야기로 담아낸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다. 하지만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과는 사뭇 다르다. 추운 겨울은 따뜻한 여름으로, 서울이란 도심에서 모항이라는 해변으로 변모했다. 그에 따라 외롭고 서글펐던 분위기는 따뜻하고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두 전작들을 홍상수 감독의 겨울영화로 칭한다면 <다른나라에서>는 홍상수의 여름영화로 분류될 작품이다.
반복과 우연은 이번 영화에서도 계속된다.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일상의 이야기는 묘한 운율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배우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낸다. 물론 조율은 홍상수 감독의 몫. 특히 영화는 감독 특유의 자조적인 웃음이 덜해지고, 인물에 대한 연민이 엿보인다. 안느의 시선이 맞닿아 있는 곳에는 언제나 그를 사랑하며, 지켜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모항이란 공간 자체도 그를 감싸 안아준다. 그동안 잊어버리고 살았던 자의식을 찾아나서는 안느를 응원하듯이. 감독은 서로 같으면서 다른 안느의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관객 스스로 삶에 대한 의미를 고찰하게 만든다. 물론 홍상수 월드의 출입구를 찾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2012년 5월 31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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