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롤링스톤즈, 토킹 헤즈와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록스타, 셰이엔(숀 펜)은 은둔자다. 여전히 짙은 아이라인, 마스카라, 붉은 입술, 하늘로 치솟은 머리 스타일에서 예전의 영광을 어렴풋이 더듬을 뿐이다. 특유의 느릿한 걸음걸이로 거리를 산책하고 역시나 느릿한 말투로 극소수의 사람들과 만나는 생활. 그는 차라리 식물처럼 보인다. 어느 날, 30년간 왕래가 끊긴 아버지가 임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으로 향한다.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는 은둔형 록스타는 아버지의 죽음 후 그가 평생을 바친 위업을 따라간다. 아버지의 유년시절 나치 수용소 간수 알로이스 랑을 찾는 여행이다.
영화는 이름부터 독특한 이 남자 셰이엔의 성장영화다. 아들도 없고, 일 하려는 책임감도 없는 이 중년소년은 아버지와의 단절과 함께 나이 먹기를 그만뒀다. 사람들은 셰이엔을 두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한다. 휘황찬란한 그의 얼굴을 하나하나 클로즈업하는 오프닝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짙은 분장이란 돋보이게도 만들지만 그 속내를 감추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때는 진짜였으나 진짜가 아니게 되어버린 록스타는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자신을 인정하기 시작한다는 성장. 진부하게 들리는 이 서사는 그 밖의 모든 것, 음악과 카메라, 미술을 통해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 토킹 헤즈의 리드보컬인 데이비드 번이 담당한 음악은 서사적이고 영상은 회화적이다. 특히 회화적으로 정돈된 색감과 대구를 이루는 화면구성은 치밀하다. 영화의 배경이 미시건, 뉴멕시코, 유타로 넘어오면서 일관적으로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들로 채워진다. 이 고독하고 서정적인 미국 중서부의 풍경들은 적극적으로 서사를 대신한다. 빔 벤더스의 할리우드영화 <파리 텍사스>나 코엔형제의 시니컬한 코미디 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여기에 아버지와 화해하는 수많은 서사로 인해 문학적이라는 수식 또한 안게 된다.
난니 모레티와 함께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할리우드 제작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가 바라본 미중서부의 풍경은 어떤 전형성을 띤다. 이 이탈리아의 젊은 거장이 직조한 서부적 세계에서 숀 펜은 홀로 기이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독립영화이자 예술영화의 면모를 애매하게 띠는 영화는 종종 묘하게 대중적인 웃음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셰이엔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토킹 헤즈의 'This Must Be The Place'를 아케이드 파이어의 노래라 굳게 믿고 있는 어린 꼬마와 부르는 부분이다. 유일하게 마음이 움직여지는 장면이다. 특히 대중적인 터치가 가미된 엔딩은 시종일관 스산했던 풍경들과 전혀 다른 화법으로 구원을 말한다. 이상한 치유력을 가진 영화다.
2012년 5월 2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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