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8마일>처럼 힙합의 흥겨움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청춘그루브>는 힙합을 소재로 했지만, 청춘들의 성장통에 초점이 맞춰있다. 흥겨운 비트보단 랩 가사에 중점을 뒀다고나 할까. 작은 오해로 헤어지게 된 세 청춘들은 과거 열정을 불태웠던 아지트로 소환된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서로의 고민들을 마주하게 된다. 팀이 아닌 자신 밖에 몰랐던 창대와 그런 창대를 미워했던 민수, 그리고 자신을 떠난 민수를 원망한 아라. 오해와 질투로 서로 엇갈릴 수밖에 없었던 세 인물들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가루지기> 이후 4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봉태규의 연기는 영화에 힘을 더한다. 코믹함을 버리고 <눈물> 때의 거칠고 반항적인 모습으로 돌아간 그는 꽤나 흡입력 있다.
영화는 청춘들의 고민을 다뤘지만 그것을 무게감 있게 다루지는 못했다. 마치 랩 가사의 라임(rhyme 랩에서 뒷글자를 통일시켜 흐름을 자연스럽게만 들어주는 기술) 맞추기에만 급급한 것처럼, 고민을 열거하되 그 깊이감은 떨어진다. 여기에 행복은 꿈이 이뤄졌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결말 또한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청춘들의 그루브를 온전히 느낄 수 없다.
2012년 3월 19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