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커머스의 원조격인 구루폰이 국내에 상륙한 건 지난 3월이다. 원조의 상륙에 국내 업계는 긴장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구루폰은 앞으로 크게 치고 나가지 못했다. 원조의 반값할인 전략은 이미 티켓몬스터와 쿠팡이 시행하고 있는 것이었고, 구루폰이 새로 내놓은 서비스도 기존 업체들과 뚜렷한 차별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는 원조가 확실하나 관객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원조는 다른 회사의 몫이었다. 구루폰은 늦게 도착한 기차였던 것이다.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을 보다 보면, 구루폰이 생각난다. 영화의 원작은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에 출간한 공상과학(SF) ‘화성의 공주’다. SF 소설계에서는 ‘화성의 공주’는 거짓말 적당히 보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쯤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에 영향 받아 많은 러브스토리가 탄생했듯, ‘화성의 공주’의 뿌리는 수많은 SF 영화들에게 자양분이 돼 줬다. 거기엔 <스타워즈>도 있고, 3D의 신기원을 연 <아바타>도 있다.
하지만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은 구루폰이 그렇듯 너무 늦게 도착했다. 뒤늦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앞선 영화들과 차별화 되는 무기기 없다는 것도 같다. 원작이 국내 팬들에게 그리 익숙한 소설이 아니라는 점도, 원조의 명성을 무색케 한다. 물론 원작에 대한 기억을 보유하고 있는 팬들 입장에서야 영화화 됐다는 것 자체가 영광일수 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팬들에게 이건 그저 많이 봐 온 그림일 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소설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감흥차가 상당히 크게 벌어지는 분위기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게 영화를 기대케 하는 요인은 다른 것에 있을지 모르겠다. 감독 앤드루 스탠트다. <월·E> <니모를 찾아서>를 연출한 감독의 첫 실사 장편영화라는 점에서 묘미가 당긴다.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로 성공적으로 실사영화에 안착한 <라따뚜이>의 브래드 버드의 선례가 기대를 부풀리는 요인이다. 하지만 창의적 이야기가 생명인 디즈니 픽사의 작품 치고는 스토리가 실망스러울 만큼 진부하다. 액션의 스케일이나 쾌감도 평범한 축에 속한다. 3D마저 짜맞춘 듯 평범하다.
2012년 3월 10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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