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케시디. 경찰이다. 4,000만 달러 다이아몬드를 훔친 누명을 쓰고 죄인이 된다. 25년 형 선고. 기다리는 건, 감옥이다. 미칠 것 같다. 결국 아버지 장례식 참석을 빌미로 탈옥을 감행한다. 도주 후 그가 향한 곳은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 난간이다. 볼거리가 생겼다고 몰려드는 구경꾼, 시청률에 혈안이 된 언론, 웬 미친놈이냐며 시큰둥한 경찰 앞에서 닉은 외친다. 자신은 무죄라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닉이 관객몰이를 하는 동안, 그의 동생 조이(제이미 벨)와 조이의 여자 친구 앤지(제니시스 로드리게스)가 바로 옆 건물로 몰래 숨어든다. 이제, 닉과 동생의 비밀 작전이 시작된다.
이 영화가 독특해 보인다면 그건 ‘난간 위’라는 제한된 공간 때문이다. 한정된 장소 안에 갇힌 주인공이 어떤 묘수를 벌일까. 이것이 포인트인 셈이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정 외에 이 영화엔 이렇다 할 강펀치가 없다. 영화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남자 자체를 활용하기보다 좀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주인공은 이어폰으로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주된 활약은 다른 이가 하는 방법이다. (관에 갇힌 남자에게만 집중했던 <베리드>를 떠올리면, 굉장히 무난한 선택이다.) 아시다시피 무선을 통해 작전을 펼치는 건, 이미 <미션 임파서블> <디스터비아> 등의 선발주자가 응용한 방법이라 새로울 게 못된다.
그렇다면 기대할건 또 다른 공간에서 펼쳐지는 비밀작전의 독창성이다. 아쉽지만 동생들의 활약상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무난한 클리셰들이 넘쳐난다. 닉의 동생 조이에 대입해서 보면 이 영화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형을 구출하기 위해 뛰어든 <프리즌 브레이크>’의 다름 아니다. 하지만 조이는 마이클 스코필드(웬트워스 밀러)만큼 영리하지도, 대범하지도, 그렇다고 진중하지도 않다. 영화는 오히려 이 정반대의 전략. 그러니까 어설프고, 겁도 적당히 있고, 농담 따먹기도 잘 하는 캐릭터를 내 세웠는데, 이것이 스릴러 자체의 쾌감을 상당 부분 갉아먹는다.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을 드러내는 앤지의 행동은 의도가 너무나 빤해 딱히 의미를 부여한 필요가 없을 듯하다. <뉴 문>에서 심심하면 웃옷을 훌훌 벗어던졌던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의 행동에 야유를 보냈던 남성관객과, 그것에 나름 관대했던 여성관객이라면, 이번 기회에 역지사지를 경험하게 될 거란 확신의 말밖에는. 결국 무난한 선택들이 낳은 결과는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무난한 재미다. 그것에 만족한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무난함이 어째 재능 부족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무난한, 너무나 무난한 <맨 온 렛지>다.
2012년 2월 22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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