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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실화 선량한 영화 (오락성 6 작품성 5)
빅 미라클 |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 양현주 이메일

1988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전세계 방송 리포터들, 이누이트족, 석유기업, 백악관직원, 그리고 그린피스까지. 이렇다 할 교집합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힘을 합친다. 광대한 얼음 벌판에 갇힌 회색고래 가족을 살리는 것이다. 고래 가족이 숨 쉴 수 있는 바다로 인도하기 위해 거대한 바지선이 얼음을 깨면서 달려온다. 하지만 예상보다 두꺼운 얼음으로 구조작전은 난항에 빠진다.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까.

미드 <오피스>,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청바지 돌려입기> 등의 필모를 가진 감독 켄 콰피스는 작정하고 가족친화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무난한 가족 나들이용 영화를 찾는다면 <빅 미라클>이 완벽한 답안이 될 터다. 이 선량한 만큼 단순한 영화에게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적은 일어났다. 제목이 <빅 미라클>이니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다. 해피엔딩을 예고하고 시작하는 셈이니 우리는 이 착한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에 한 번 더 고무되면 될 일이다. 실화바탕영화라는 자막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데 이것이 목적하는 바는 물론 감동을 수반하겠다는 의지다. 의도한 대로 자막이 갖는 힘은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지배한다. 여기에 <빅 미라클>의 고래가족생존프로젝트가 더 드라마틱하게 보여 지는 것은 시대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고래구출작전은 냉전치하에서 쿠바사태와 정확히 대척점에 위치한다. 회색고래를 살리기 위해 냉전의 정점이었던 레이건 시절 고르바초프 치하의 러시아 쇄빙선이 알래스카에 도착한 것이다. 영화화하기에 충분한 소재인 셈이다. 이념도 녹여낸 고래가족의 기적이라는 헤드카피가 이 영화의 존재이유이자 원동력이 된다.

이 건강하고 착한 영화에는 물론 선량한 사람만 등장한다. 착하거나 조금 덜 착한 사람들이 모여 착한 일을 하는 착한 이야기랄까. 심지어 목소리로 찬조 출연한 레이건 대통령도 그 착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인 관객이라면 각양각색 등장인물들의 솔직한 동기가 숨통을 트여줄지도 모르겠다. 석유 시추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기업과 토착민의 정서가 점점 사라져가는 이누이트족,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기자들, 그리고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걸까지, 고래를 살리겠다는 미명 아래 모여 실은 동상이몽한다. 친환경적인 회사로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소수민족이 된 이누이트족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시청률 고공행진을 위해. 영화는 얼마든지 악인으로 규정할 수 있는 각자의 이기적인 동기부여를 솔직하게 조명한다. 하지만 선한 의지라는 단색으로 칠해진 캐릭터들은 덜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사건을 매개로 인간군상이 얽혀드는 품새에 한 외신은 가족친화적인 로버트 알트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이것은 과한 수식이다. 백인문화에 젖어드는 손자를 염려하는 이누이트족 할아버지와 결정적인 순간에 구조보다 취재를 선택하는 리포터의 이야기들은 어루어지기보다 전시되기에 바쁘다. 결정적인 순간에도 보도에만 집중하는 리포터의 모습을 성공에 집착하는 냉혈한으로 그려내거나 결국은 그린피스걸 레이첼이 남자의 마음을 얻는다는 해피엔딩 또한 안이하고 단순하다. 다만 고래와 눈물의 상관관계를 생각한다면 가르치려 들지 않는 자세와 눈물을 향한 강박이 덜 하다는 점은 미덕으로 작용한다. 실제 인물들의 사진 파노라마로 지나가는 훈훈한 에필로그는 뻔하게 흘러가는 엔딩에 잔잔한 미소를 얹는다.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극영화 버전 <남극의 눈물>
-가족영화로는 백퍼센트 안전한 선택
-교훈을 주려는 강요, 눈물의 강박이 없어 다행이다
-선량한 실화영화의 한계
-워킹타이틀의 안이한 가족영화
-<프리 윌리>부터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까지, 가장 덜 감동적인 고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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