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화들이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한다. 어떤 영화는 그 아이디어가 결말에 있다. 결말을 미리 염두에 두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이야기를 쌓아나간다. 반대로 어떤 영화는 출발지점에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영화라는 큰 그림을 완성시킨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후자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녀의 이야기를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내겠다는 아이디어가 출발선에 있다. 콘셉트가 뚜렷하다. 도전적인 시도 같다. 색다른 로맨틱 코미디의 등장을 기대하게 한다. 실제로 초반부는 발칙한 상상력을 풀어내며 의도한 바를 지켜나간다. 두 남녀가 놀이동산대신 납골당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맛 집 대신 장례식장 식당을 찾아가는 식이다. 송경이 동주 앞에서 수의 패션쇼를 하는 장면에서는, <귀여운 여인> 속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의 애정 행각을 비트는 묘도 발휘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죽음을 웃음으로 풀어보겠다는 회심에 찬 의지는, 아이디어가 소진되는 중반부터 방향을 잃는다. 고갈되는 아이디어를 개별 에피소드로 메워보려 하지만, 비슷비슷한 에피소드의 나열이 초반의 참신함마저 스스로 깎아먹는 역설을 보이고 만다. 위기의 상황에서 영화가 선택한 건, 아쉽게도 신파다. 고정관념을 비틀겠다고 시작한 영화가 왜 굳이 눈물로 걸어 들어가려는지 유감이다.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향하는 흔한 클리셰의 반복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네버엔딩 스토리>는 도전적인 기획에 비해 구성이 게으르고 진부한 영화가 돼 버렸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이면의 외로움과 아픔을 웃음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면, 조금 더 도전적이고 치밀한 시나리오가 필요했다.
2012년 1월 19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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