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스포츠 영화처럼 <페이스 메이커>도 투혼을 발휘하는 주인공을 통해 휴머니즘을 전한다. 투혼을 돋보이기 위한 영화적 장치는 만호의 다리 부상이다. 그는 부상으로 인해 30km까지밖에 뛰지 못한다. 이 한계점을 뛰어넘는 동력은 바로 남을 위해 뛰어야만 했던 만호의 삶이다. 만호는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본 적이 없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그리고 마라톤 유망주의 금빛 메달을 위해 쉼 없이 달렸을 뿐이다. 영화는 만호의 숨겨진 삶의 애환을 보여주면서 그가 완주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그린다.
만호라는 인물이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건 김명민의 연기에 기인한다. 그는 마라토너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 인공치아를 입에 넣고 달리는 것을 비롯해, 진정 자신을 위해 완주하려는 만호의 의지를 잘 표현한다. 그리고 영화의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만호의 인생 역전 드라마를 몸소 보여준다. 여기에 고아라는 극중 만호가 좌절할 때마다 힘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잘 소화해 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한다. 안성기 또한 적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극의 균형을 잡아나가며, 이야기의 페이스 조절에 일조한다. 더불어 극중 만호의 친구로 나오는 조희봉의 코믹 연기가 배가 되면서 인물들의 매력이 촘촘히 쌓인다.
그러나 감동이 배가 되어야 할 런던 올림픽 장면에서 매력이 반감된다. 감동을 이끌기 충분했던 마라톤 장면은 몇몇 작위적인 설정들이 합쳐지면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 만호의 인생 역전 드라마의 쾌감을 저해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인물 보다 미리 감정을 고조시켜 감흥을 방해한다. 마라톤 장면에서 감동 드라마를 연출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너무 과하다. 배우들의 호연이 안타깝다.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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