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 시달리던 미카엘(다니엘 크레이그)은 방예르 가문의 수장 헨리크(크리스토퍼 플러머)로부터 40년 전 일어났던 실종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용문신은 한 여성 해커 리스베트(루니 마라)와 팀을 이룬 미카엘은 방예르 가문의 추악했던 과거사에 직면한다. 영화는 원작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다. 초반부는 병렬 구조로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인물 설명을 나열하고, 후반부에는 이들이 서로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다. 데이빗 핀처는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미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빛과 어둠만으로 스산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빠른 편집으로 긴장감을 부여한다. 특히 지하실에서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범인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이를 잘 나타낸다. 원작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변주한 감독은 <세븐> <조디악> 등 스릴러 장르에서 강점을 보여줬던 실력을 십분 발휘한다.
리스베트 역을 맡은 루니 마라는 영화의 숨겨진 진주다. 용문신, 피어싱, 파격 헤어로 완성되는 리스베트의 외형은 개성이 넘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들에게 똑같이 앙갚음을 해주는 그의 면모 또한 강인하다. 스웨덴 버전에서 리스베트를 연기한 노미 라파스와 대등한 연기를 보여주는 루니 마라는 비장의 무기로 방점을 찍는다. 그건 바로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다. 오로지 강단있는 모습만 표현되던 리스베트에 감성을 주입시킨 루니 마라는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또한 미카엘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는 리스베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 오묘한 캐릭터의 매력을 한 층 더 높인다.
결과적으로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스타일리시한 이미지, 리스베트의 매력을 증대시키며 할리우드 버전의 첫 서막을 연다. 그러나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전달하는데 중점을 둔 스웨덴 버전보다는 이야기가 헐겁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전달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데이빗 핀처의 스릴러 영화를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다.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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