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셈 싱 감독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영상미다. 전작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의 초현실적이고 판타스틱한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 18개국 26개의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이를 방증한다. <신들의 전쟁> 역시, 영상미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잿빛 영상을 화려하게 물들인 붉은 색감과 황금색의 절묘한 배치는 감독의 이름을 각인시키기 충분하다. 또한 핏빛으로 채워진 신들의 전쟁 장면은 하얀 캔버스 위에 흩뿌린 천연 물감처럼 잔인함보다는 아름다움을 발하며, 회화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하지만 문제는 영상미를 뒷받침 하지 못하는 이야기다. <신들의 전쟁>은 이야기와 영상의 절묘한 합일을 이뤘던 <300>의 장점을 계승하지 못한다. 스파르타 군과 페르시아 군의 긴장감 넘치는 전쟁에 초점을 맞췄던 <300>은 남다른 비주얼 액션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신들의 전쟁>은 각색에서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리스 신화에서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로 수많은 모험과 전쟁을 통해 아테나의 영웅이 된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의 극적 재미를 위해 ‘테세우스’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도려내고, 단순한 사생아 출신으로 바뀐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테세우스’ 모험담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하이페리온’ 왕과의 전쟁이야기에 집중한 영화는 신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물론 ‘테세우스’의 모험 중 가장 잘 알려진 ‘미노타우로스’와의 결투가 변주되어 삽입되기는 하지만 각색의 묘미를 잘 살리지 못한다. 더불어 대규모 전쟁장면이 후반부에 배치되어 있어, 초·중반부는 다소 긴박감이 떨어진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인데, <신들의 전쟁>은 그 맛이 떨어진다.
(3D가 아닌 2D로 상영된 언론시사회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11년 11월 7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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