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은 각 시퀀스마다 카운트를 하는 양 전개가 빠르다. 흡사 관객이 태건호, 차하연과 더불어 카체이싱을 하는 것 같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또 다른 숨은 이야기들이 가지치기 하듯 하나둘 터져 나와, 밀도감은 더욱 높아진다. 영화는 줄곧 태건호의 시선을 따라간다. 태건호를 연기한 정재영은 극의 무게중심 역할을 묵직하게 잘 소화한다.
영화의 센스는 이야기 곳곳에 포진된 아이러니한 상황과 복선, 전개방식에서 드러난다. 태건호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그의 과거를 재생할 때, 영화가 택한 방식은 회상이 아닌, 녹음기 사운드를 통한 과거의 환기다. 그렇게 진입한 과거 안에서, 태건호의 집에 들이닥친 채권추심원은 집안 가구들 외에, 태건호의 아들 유민의 등에까지 빨간색 ‘취급주의’ 딱지를 붙인다. 그리고 이 장면은 나머지 이야기의 복선이 된다. 복선과 더불어, <카운트다운>은 대사나 상황 설정을 통해 극이 진행되는 내내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특히, 살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한 태건호가 마지막 순간, 이전의 행보와 다른 노선을 취하는 것은 극 전체의 아이러니다.
그러나 <카운트다운>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전도연과 정재영이라는 브랜드 덕에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영화가, 그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러니가 곳곳에 포진된 센스 있는 영화가 되느냐, 이름값 못한 아이러니한 영화가 되느냐. 그 승패는 결말 부분의 드라마에 대한 관객의 반응에 달렸다. 초중반의 빠른 전개와 번뜩이는 센스에 비해, 마지막 부분에서 이야기가 다소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태건호의 최후 회상 씬에서 좀 과하다 싶게 시간을 할애한다.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될 것 같다.
전도연과 정재영, 두 배우의 출연작이라는 것만으로 미리부터 후광을 안고 시작한 영화 <카운트다운>. 문제는 그거다. 배우의 이름에 기대하는 대중의 심리를 얼마나 충분히 만족시키는가 말이다.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카운트다운>은, 배우들 이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100% 충족되지 못한 느낌을 준다. 관객이 가장 기대할 ‘칸의 여왕’은 이야기 분량은 많지만, 극의 중심이라기보다 서브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빠르게 진행된 초중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반부의 드라마성이 짙어 다소 과장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영화 곳곳에 배치된 아이러니, 숨바꼭질 식의 이야기 구조는 <카운트다운>의 큰 매력이다.
2011년 9월 29일 목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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