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임무를 완수한다, 액션스릴러에서 흔히 보이는 이야기 구조다. 식상한 스토리라인을 살리는 건, 킬러의 자질을 타고난 대니에게 직업과 상반되는 성향을 부여한 점이다. 대니는 킬러라는 잔혹한 직업을 가졌지만, 미션의 대상 외에 불필요한 살생은 꺼린다. 나름의 도덕적 잣대(?)를 지닌 킬러인 셈이다. 게다가 마음 한 구석엔 고향의 여자친구 앤(이본 스트라호브스키)을 품고 있다. 이쯤 되면, 킬러를 다룬 또 다른 영화 <레옹>의 레옹(장 르노) 캐릭터가 슬며시 떠오른다. 생각나나? 레옹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처리를 하는 무뚝뚝한 킬러 이미지에 반해, 일상에서는 우유를 즐겨 마시고 화초를 소중히 키우는 등 부드러운 면모가 엿보인 독특한 캐릭터였다.
대니를 연기한 제이슨 스타뎀은 <트랜스포터> 시리즈 등 그간 다수의 액션스릴러를 통해 본인만의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한국영화계로 치자면, 휴먼드라마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 차태현과 일면 닮아 보이기도 한다. 제이슨 스타뎀을 돋보이게 만드는 또 다른 배우 둘의 존재 역시 흥미롭다. 대니를 극적인 위험에 다가가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선배 킬러, 헌터로 분한 로버트 드니로는 뭔가 보여줄 듯 말듯 애를 태우다가 마지막에 한 방을 선보인다. 그 한 방이 그간 심어준 기대에 비하면 다소 맥 빠지지만, 영화를 받쳐주는 데는 한 몫 한다. 대니와 닮은 듯 다른, SAS 엘리트요원 스파이크 역의 클라이브 오웬은 제이슨 스타뎀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로 대니와 상극에 서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킬러 엘리트>는 불가능한 임무, ‘미션 임파서블’을 ‘하면 되게’ 만드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다. 다소 뻔한 액션스릴러를 눈감아주게 만드는 건 액션스릴러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확립한 배우 제이슨 스타뎀, 그리고 킬러에 선(善)을 엮어낸 영화적 설정이다.
2011년 9월 16일 금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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