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다. 역동적이다. 기개가 넘친다. 2011 여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마지막 주자 <최종병기 활>은 쾌감의 영화다. 비등점을 향해 서서히 치닫던 영화는 극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시종일관 뜨겁게 끓어오른다. 장거리 곡선 코스를 단거리 주법으로 전력 질주하는 느낌이다. 목표를 향해 주저 없이 뻗어나가는 에너지, 활이라는 소재를 극대치로 활용해 내는 운용의 솜씨 모두 명민하다.
총점을 깎아 먹는 빗나간 화살이라면, 느슨한 플롯과 <테이큰> <맨 온 파이어> <아저씨> 류의 복수극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스토리다. ‘거리의 탕아’였던 남이가 하루아침에 ‘조선판 의적 로빈후드’로 거듭난다는 극단적인 상황설정은 차치하더라도, 자인과 자인의 정혼자 서군(김무열) 사이의 멜로드라마는 설득력이 약하다. 자인과 서군의 대화에서 종종 포착되는 ‘손발 오그라드는’ 느낌이나, 들쭉날쭉한 서군 캐릭터는 이러한 관계 비약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이 과녁으로 삼는 건, 액션이지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는 드라마의 짜임새보다는 액션의 박력을 쫓는다. 드라마의 힘보다 액션의 쾌감을 향해 활시위를 당긴다. 특히 화살을 휘어 쏘는 남이의 ‘곡사’와 강한 파괴력을 지닌 주신타의 ‘육량시’가 맞부딪히는 ‘활 액션’은 느슨한 드라마의 약점을 상쇄시키는 동시에 이 영화의 스타일을 창출해 내는 비밀 병기다. 활시위를 당길 때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과 바람을 가르는 활이 뿜어내는 생동감 넘치는 현장감은 <최종병기 활>에 서스펜스와 리듬을 부여한다. 거두절미하고, 대단히 잘 만든 대중영화다.
2011년 8월 10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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