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의 평화를 수호하는 그린랜턴 군단의 수장 아빈 슈어(테무에라 모리슨)는 악의 화신 페럴랙스(클랜시 브라운)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는다. 지구에 불시착한 그는 녹색 반지가 선택한 할 조단(라이언 레이놀즈)에게 자신의 임무를 이임한다. 한 순간에 그린랜턴의 일원이 된 할은 군단의 집결지인 오아 행성에서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아빈 슈어의 제자 시네스트로(마크 스트롱)는 “나약한 인간은 결코 그린랜턴이 될 수 없다”며, 할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감을 잃은 그는 지구로 내려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다. 그 때 패럴랙스가 지구를 공격하고, 할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녹색 반지의 불빛을 밝힌다.
70년의 세월을 넘어 영화로 탄생한 <그린랜턴 : 반지의 선택>(이하 <그린랜턴>)은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다. 선과 악, 의지와 두려움의 극명한 대립은 영화의 축을 이룬다. 하지만 너무 낡았다. 의지와 용기만이 악을 물리칠 수 있다는 그린랜턴 군단의 이념은 시대착오적으로 읽힌다. 또한 반 영웅이 대세인 최근의 히어로영화들과 전혀 다른 길을 가는 <그린랜턴>은 상대적으로 인물의 매력이 떨어진다. 할은 비행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아버지로 인해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는다. 페럴랙스의 수하가 되는 헥터(피터 사드가드)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감독은 이들 내면의 아픔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며, 왜 선과 악의 다른 길로 갈릴 수밖에 없는지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피어 사드가드의 연기가 흡입력 있게 느껴지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야기만큼 영상의 매력도 떨어진다. <그린랜턴>만이 갖고 있는 액션의 장점이라면, ‘상상하면 무엇이든지 무기가 되는’ 반지의 힘이다. 그러나 육탄전 보다 CG의 힘으로 구성되는 액션은 감흥이 떨어진다. 심지어 CG의 남발로 <후뢰시맨>등의 특촬물 같은 느낌도 든다. 입체감 넘치는 액션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도입한 3D 영상도 제 역할을 못한다. 초반 10분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3D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쿵푸팬더 2>처럼 입체감이 너무 안정적인 게 원인이다. 3D 영화에서 입체감만큼 중요한 공간감도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D.C 코믹스의 <그린랜턴>은 마블 코믹스의 영화와 대적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2011년 6월 17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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