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를 논하기에 앞서, 얼마 전 개봉한 <마셰티>를 잠시 불러올 필요가 있겠다.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마셰티>는 허점이 많은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는 엉성하고, 이야기 전개는 억지스러우며, 절체절명의 순간 화면이 뚝 끊기는 편집 사고마저 일어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연출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모든 게 의도된 쇼임을, 노골적인 패러디임을, B정신에 대한 감독의 취향임을 관객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영화가 장르영화 팬들의 지지를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헤드> 역시 <마셰티>처럼 허점이 많은 영화다. 캐릭터 비약은 심하고, 이야기 개연성은 부족하며, 화면 연결이 어색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헤드>의 허점은 그 의도가 끊임없이 의심받는다는 것에서 <마셰티>의 허점과 성질이 다르다. 일례로 황당무계한 상황들이 신선함보다는 불편함으로 더 크게 다가온다. (아나운서로 등장한)데니안의 어색한 멘트처리 역시, 배우의 함량 미달인지 감독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도통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 영화 전체의 의도를 의심 받을 바에야, 차라리 노골적으로 막 나갔으면 어땠을까. 감독은 머리를 가볍게 비울 필요가 있었다.
2011년 5월 28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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