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왕>의 경찰들은 마치 보험설계사, 혹은 실적으로 능력을 평가받은 은행 직원 같다. 그들에게 ‘범죄사건’은 실적 올릴 기회를 제공하는 신규 계약 건에 불가하고, ‘범인검거’는 성공으로 가는 초고속자기부상열차에 지나지 않는다. <체포왕>의 초반부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앞에서는 ‘민중의 지팡이 운운’ 하면서 뒤로는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부패한 경찰들보다, 대놓고 승진에 안간힘 쓰는 모습이 차라리 훨씬 인간적이다.
이러한 극중 인물들의 인간미를 톡톡히 살리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영화는 주연 박중훈과 이선균은 물론, 김정태 이성민 주진모 이한위 등 조연들의 연기와 이미지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할 줄 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임원희 역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귀를 솔깃하게 하는 위트 있는 대사도 귀에 자주 들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웃음 타율도 나쁘지 않다. 촬영 6개월 전부터 심혈을 기울였다는 ‘마포-서대문 일대의 로케이션 섭외 노력도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었다. 좁은 옥상을 십분 활용한 아현동 추격씬은 이 영화가 형사 버디물임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미는 후반부, 주인공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경찰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부터 급격히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실적을 위해서라면 간도 쓸게도 내놓을 것 같던 황재성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가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완성도에 흠집을 남긴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아픔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무리수다. 감동을 위해서라지만, 그러기엔 작위적인 흔적이 너무 짙게 풍긴다. 결국 <체포왕>은 수갑을 한쪽 밖에 채우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2011년 5월 7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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