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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을 한쪽 밖에 채우지 못했다 (오락성 7 작품성 6)
체포왕 | 2011년 5월 7일 토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관할 구역이 맞붙은 마포서와 서대문서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범인을 잡는 쪽이 실적을 획득하기 때문. 하지만 심심하게도 이 경쟁은 매번 마포경찰서의 승리로 끝난다. 반칙의 달인으로 유명한 강력팀장 황재성이 마포서에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다 잡은 범인도 놓치기 일쑤인 서대문서가 반격의 기회를 잡은 건, 경찰대 출신의 신임 팀장 정의찬(이선균)이 부임하면서 부터다. 속도위반으로 전세자금 마련이 시급한 의찬은 ‘올해의 체포왕’에 걸린 3,000만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황재성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마침 ‘마포 발바리’라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검거를 위해 두 서가 합동수사본부를 차리면서 경쟁은 보다 뜨거워진다.

<체포왕>의 경찰들은 마치 보험설계사, 혹은 실적으로 능력을 평가받은 은행 직원 같다. 그들에게 ‘범죄사건’은 실적 올릴 기회를 제공하는 신규 계약 건에 불가하고, ‘범인검거’는 성공으로 가는 초고속자기부상열차에 지나지 않는다. <체포왕>의 초반부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앞에서는 ‘민중의 지팡이 운운’ 하면서 뒤로는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부패한 경찰들보다, 대놓고 승진에 안간힘 쓰는 모습이 차라리 훨씬 인간적이다.

이러한 극중 인물들의 인간미를 톡톡히 살리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영화는 주연 박중훈과 이선균은 물론, 김정태 이성민 주진모 이한위 등 조연들의 연기와 이미지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할 줄 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임원희 역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귀를 솔깃하게 하는 위트 있는 대사도 귀에 자주 들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웃음 타율도 나쁘지 않다. 촬영 6개월 전부터 심혈을 기울였다는 ‘마포-서대문 일대의 로케이션 섭외 노력도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었다. 좁은 옥상을 십분 활용한 아현동 추격씬은 이 영화가 형사 버디물임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미는 후반부, 주인공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경찰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부터 급격히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실적을 위해서라면 간도 쓸게도 내놓을 것 같던 황재성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가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완성도에 흠집을 남긴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아픔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무리수다. 감동을 위해서라지만, 그러기엔 작위적인 흔적이 너무 짙게 풍긴다. 결국 <체포왕>은 수갑을 한쪽 밖에 채우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2011년 5월 7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1년판 투캅스
-주조연들이 선사하는 ‘깨알’같은 웃음들
-경찰 VS 경찰.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라며?
-주인공들이 꼭 개과천선 할 필요는 없잖아!
-<살인의 추억> <추격자>와 같은 스릴러도 아닌데 굳이 ‘성범죄’를 주요 사건으로 다룰 필요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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