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마저 되물림 된다는 미국 보스턴의 찰스타운. 그 곳에 한 때 은행 강도였던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은행강도단 리더 더그(벤 에플렉)가 있다. 더그는 은행을 터는 과정에서 인질로 붙잡았던 클레어(레베카 홀)와 우연에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클레어와의 관계가 동료이자 형제같은 젬(제레미 레너)에게 발각되면서 팀은 갈등을 빚고, 옥죄여 오는 FBI로 인해 위기를 맞는다.
<타운>은 기대를 크게 배신하진 않는다. 마음으로까지 기꺼이 환호하기에 머뭇거리게 할 뿐이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 측면 때문은 아니다.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뼛속까지는 알 수 없는 그네들만의 지역적 문화가 이 영화에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마을이라는 것 자체가 영화에서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여기에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지극히 평범한 논리가 개입한다. <타운>이 누비는 찰스타운, 케임브리지, 노스엔드, (메이저리그 경기장 중 가장 오래 됐다는)펜웨이 파크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거기에는 보스톤의 역사가 있고, 이것이 보스톤 특유의 적막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스톤의 정서나 이 집단의 색깔을 잘 알지 못한다면, 영화가 전달하는 느낌을 온전히 음미할 수 없다는 얘기다. 주인공들이 최후에 노리는 범죄 장소가, 그네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심장인 펜웨이 파크라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그 역사를 모르면 감흥이 떨어진다. 이것이 영화 관람에 큰 지장을 준다고 까진 할 수 없지만, 보이는 만큼 더 즐거워지는 건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차이를 인정할 용의만 있다면, <타운>은 꽤나 근사하게 기억될 범죄 스릴러다. <타운>은 고전 갱스터의 관습을 적당히 취하고, 변주하는 방법으로 과거를 현대로 확장시킨다. 범죄 장면에서 보여주는 치밀한 행동 묘사나, 차량 추격씬에서의 긴박감은 장르 영화로서의 제 몫을 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자신의 삶에서 발버둥치는 주인공 더그의 심리를 과장된 기교 없이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그 사이에 등장하는 로맨스가 다소 전형적인 게 아쉽긴 하나, 그것 역시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일부분 상쇄한다.
<타운>을 얘기 하는데, 빼 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벤 애플렉이다. 그는 척 호건의 소설을 바탕으로, 공동 각본을 쓰고 연출과 주연까지 도맡았다. 사실, 벤 애플렉은 외모로 인해 그 이외의 것들이 저평가된 측면이 있는 배우다. 맷 데이먼과 함께 집필한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각본상을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은 하버드 재원인 맷 데이먼에 의해 가려졌다. <굿 윌 헌팅> 이후, 상업적 영화에 주로 소비된 점도 벤 애플렉의 무게를 가볍게 했다. 이 상황에서 나온 <타운>은 벤 애플렉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하게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는 이 영화로 자신의 예술 세계가 진화했음을 증명한다.
<타운>은 하향세에 접어들었던 그의 연기에도 전환점을 안긴다. 이 영화에서 벤 애플렉의 연기는 초창기 <굿 윌 헌팅>으로 돌아가 있다. 그는 <아마게돈> <데어데블>에서처럼 어깨에 힘주지 않는다. <진주만>때처럼 느끼하지도 <저지걸>때처럼 폼 잡지도 않는다. 허세를 거둔 그의 연기는 상당히 담백하고, 이것이 영화의 사실성에 기여한다. 그가 연출 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감을 잡았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제레미 레너의 숨은 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벤 애플렉의 힘을 뺀 연기가 돋보일 수 있었던 건, 캐릭터의 정반대에서 다혈질적인 인간을 호소력 있게 소화한 제레미 레너 덕이다. <허트 로커>에서 전쟁에 중독된 인간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바 있는 제레미 레너의 연기는 이번에도 인상 깊다. 불같은 배우다.
2011년 1월 25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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