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영업사원이자 자유연애를 신봉하는 바람둥이 제이미(제이크 질렌할)는 병원에서 우연히 자유로운 영혼의 매기(앤 헤서웨이)를 만난다. 인턴으로 위장해 매기의 가슴을 훔쳐본 일로 안면을 튼 두 사람은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바로 매기의 집으로 직행한다. 가볍고 충동적으로 시작한 관계였지만, 제이미는 평소와 다르게 매기에게 점점 빠져든다. 하지만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매기는 1990년대 최고 히트 상품인 비아그라를 판매하며 승승장구하는 제이미에게 자신의 존재가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별을 준비한다. 반면 제이미는 매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게 된다. 결국 가벼운 마음으로 육체적 관계만 즐겼던 제이미는 매기에게 진짜 마음을 고백한다.
이야기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 1990년대, 비아그라를 판매하며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제이미가 솔직하고 자유로운 매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는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매기가 파킨슨병 때문에 사귀었던 연인들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순하게 육체관계만으로 사람을 만나온 제이미는 매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다. <러브&드럭스> 역시 그동안의 많은 영화들이 숱하게 다뤄온 ‘진실한 사랑 찾기’가 중심 내용이다. 바람둥이의 진짜 사랑 찾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 역시 전형적이라는 말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파킨슨병과 같이 불치병에 걸린 사랑이라는 소재를 내세운 것에서도 신선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러브&드럭스>의 인상적인 부분은 솔직 담백한 표현이다. 사랑과 성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가지 소재를 경쾌하면서도 유쾌하게 표현한다. 진실한 마음은 심각한 사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솔직한 감정 표현, 성적인 욕구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물론 이러한 정서는 매기의 상처와 관련이 있다. 그동안의 연인들이 자신이 앓고 있는 파킨슨병으로 인해 힘들어하다 결국 이별을 선택했던 것. 이별을 반복했던 매기는 결국 그 어떤 사랑에도 마음을 굳게 닫아 버린다. 제이미 역시 상처가 있다. 의사 아버지와 성공한 형제들 사이에서 혼자만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 하지만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매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비록 <러브&드럭스>가 다소 진부한 얘기를 지니고는 있지만, 제이크 질렌할과 앤 헤서웨이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보는 내내 유쾌함을 주고, 성에 대한 도발적이면서도 솔직한 표현은 사실적으로 잘 그려졌다. 특히 앤 헤서웨이의 몸매는 이 영화를 봐야 할 단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흐름이 마지막에 급격하게 바뀐다는 점이다. 캐릭터의 재미로 이야기를 잘 끌고 왔지만, 결국 진실한 사랑이라는 만병통치약으로 황급히 마무리 짓고 만다.
2011년 1월 10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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