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4년, 십자군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고, 흑사병이 창궐한 시대. 십자군 전쟁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기사 베이맨(니콜라스 케이지)과 펠슨(론 펄만)은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팀을 이탈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귀향길은 고행길이다. 흑사병으로 전염된 마을을 통과하다 신분이 발각된 그들은, 감옥에서 풀려나는 조건으로 부당 거래를 제안 받는다. 마녀로 의심되는 소녀(클레어 포이)를 수도원으로 호송하라는 것. 거래를 받아들인 베이맨과 펠슨은 도움을 줄 기사들과 함께 마녀호송단을 꾸려 수도원으로 향한다.
소재가 흥미롭다. ‘마녀의 저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꾸려진 마녀호송단’. 흡사 반지원정대가 떠오른다.(국내 홍보사는 이를 노렸는지 ‘반지원정대’ 느낌의 ‘마녀호송단’이라는 부제까지 붙였다.) 호기심 유발이라는 지점에서 보면, 마녀재판을 보여주는 오프닝도 상당히 좋다. 처형 위기에 놓인 여인들의 급박한 심정과, 진짜 마녀를 골라내려는 사제의 매서운 시선에, 모습을 드러낸 마녀의 날선 기운이 더해져 초반부터 큰 긴박감을 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마녀로 의심되는 소녀를 호송하는)본 임무가 시작되면서부터 영화는 마녀에게 홀린 듯, 뭔가가 하나 빠진 듯, 무료해 진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무미건조한 캐릭터들은 매력이 없고, 엉성한 드라마는 극의 활력을 반감시킨다.
마녀 사냥, 흑사병, 종교 재판 등을 내세워 종교적 고뇌를 하는(혹은 ‘하는 척’) 영화가 뜬금없이 오컬트 무비로 둔갑하는 후반부는 살짝 당황스럽다. ‘초반은 판타지, 후반은 엑소시즘’에 방점을 찍는 게, 이 영화만의 전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바통터치 과정에서 개연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소녀가 진짜 마녀일까?’란 의문을 무기로 극을 지탱하던 영화는,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던져버리는 느낌이다. 시간 때우기 좋은 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게 <시즌 오브 더 위치: 마녀호송단>이 아주 나쁜 영화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지원정대의 감흥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게다. 액션 대작이라는 홍보문구 역시 주의를 요망한다. B급 무비에 더 가까우니 말이다.
2011년 1월 7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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