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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찰리 채플린’ 영구는 ‘있고’, 재미는 ‘없고’ (오락성 4 작품성 3)
라스트 갓파더 | 2010년 12월 30일 목요일 | 양현주 이메일

2007년 여름은 가히 <디 워>의 계절이었다. 영화의 완성도나 호불호와는 별개로 대한민국은 <디 워>를 본 자와 보지 않은 자로 양분됐다. 그리고 <라스트 갓파더>가 드디어 개봉을 하게 됐다. 2011년 연초는 또 다시 ‘심까 vs 심빠’의 여론몰이가 훑고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라스트 갓파더>의 제작 소식을 발표하자마자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를 코미디로 패러디하겠다는 야심과 더불어 그 대부의 숨겨진 아들이 영구라는 황당한 설정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한동안 제작 소식은 잠잠했다. 그러다 12월 예고편이 공개됐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첫 번째 반응은 “어쩌지... 재밌겠는데”였다.

1분 39초짜리 예고편이 공개되자 은근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진중권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까지 끌어오지 않아도 대놓고 패러디 코미디를 표방한 이 영화에게 꽉 짜인 논리성이나 완성도를 바라진 않는다. 그저 웃겨주면 되는 거다. 영구식 슬랩스틱은 찰리 채플린, 가깝게는 미스터 빈을 연상시킨다. 어쩌면 이 단순한 코미디가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 심리를 종용됐다. 하지만 영화는 예고편의 기대감을 배신한다.

사실 영구라는 이름이 스크린으로 울려 퍼지는 순간 가슴에 이는 뭉클함이라는 게 있다. 안방극장의 영구가 1950년대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면서 ‘띠리리리리리’를 연발하는데 그 슬랩스틱이 국제적으로 통한다는 순진한 희망, 이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홍보 수단 중 하나다. 언론의 혹평을 두고 웃자고 만든 영화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옹호론은 <디 워>의 기시감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함량 미달이라면, 더 이상 애국론으로 포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먼지 하나, 세월의 흔적 따위 없는 세트 자체의 키치스러움이나 촌스러운 영화 음악과 같은 부수적인 항목을 꼬집는 것은 무용한 일이다. 문제는 이 영화의 코미디 연출 방식이다. 진공청소기, 야구방망이, 얼음 등 소도구를 이용한 구닥다리 코미디 레퍼토리가 대거 등장하는데, 이 작은 콩트들은 그저 일렬로 나열될 뿐이다. 드라마 사이에 들어가 적시적소에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위해 드라마가 따라 붙는 식이다. 5분 분량의 콩트가 아닌 이상 시츄에이션 코미디만으로 103분 분량의 영화 전체를 감쌀 수는 없다.

미니스커트와 오드리 헵번의 업스타일, 빅 맥의 탄생을 영구 덕분이라고 우기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다름없는 설정들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적 재미를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넘어가겠다. 하지만 미국 관객을 다분히 의식하고 마련한 이 몇 가지 설정마저 코미디로는 불발한다. 러닝타임 내내 상황극으로 웃음을 유발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밑천이 떨어진다. 패러디 면에서나 영구 캐릭터의 안착에서나 모두 성공하지 못한 <라스트 갓파더>가 이뤄낸 건 야심찬 캐스팅이다. <비열한 거리>와 <델마와 루이스> <내셔널 트레저>를 넘나드는 배우 하비 케이틀과 마찬가지로 <밀러스 크로싱>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부터 <스튜어트 리틀>까지 다양한 영화를 거쳐온 존 폴리토, 두 대부들의 캐스팅은 영화를 ‘서프라이즈’ 재연 드라마라는 오명에서 구원한다.

현재 온라인은 <디 워> 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가족끼리 편하게 보는 코미디에 비평의 잣대를 갖다 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는 막무가내식 옹호론은 영화의 기본적인 만듦새 앞에서는 접어줘야 할 것 같다. 120억의 예산을 1990년대 홈 비디오 수준에도 못 미치는 영화에 조달했다는 것 자체가 영화적인 손실이 아닐까. 영화에 대한 순수한 애정으로 접근하거나 뉴욕의 영구를 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환기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애국심과 추억을 노골적으로 동원해 영화를 옹호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심형래의 <대부> 패러디 영구 영화에 예술성을 기대한 것이 아니다. 결과는 재미가 결여된 영화를 감독 자신의 네임 밸류와 자본으로 밀어붙이는 형국으로 남는다.

<라스트 갓파더>는 감독을 염원하는 한 사람의 꿈의 집약체다. 포스터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엔딩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인용하는 용감함은 노골적인 헌사를 넘어선다. ‘한국 슬랩스틱계의 대부’와 ‘나라망신’이 동시에 영화 태그로 등장하는 이 영화의 흥행력은 2010년 현재 관객을 말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 참고로 <디 워>는 2007년 한국영화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2010년 12월 30일 목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왕년에 ‘영구와 땡칠이’를 추억하던 이들은 극장으로
-백분토론을 시청하고 <디 워>를 옹호한 애국자들도 극장으로
-나의 우뢰매는 이러지 않았어.
-재능 없는 개인의 비싼 취미 생활에 9천원을 지불하는 관객은 무슨 죄?
-감독은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아니 아쉬운 김에 패럴리 형제 영화라도 공부해야 했다.
-이미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심형래, 당신이 진정한 용자.
15 )
k5060smile
재미있게 잘보고왔습니다   
2011-01-28 23:24
guy79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나오더라구요. 예고편이 다인 영화 한편 추가요~   
2011-01-12 22:11
ysp07
영구가 좀 늙었죠? 그래도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웃어요~! 우리도 어린시절엔 그 아이들처럼 깔깔거리고 웃었죠... 영구도 나이들고 우리도 나이들고... 그래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왠지 심형래감독의 영화는 꼭 봐야할것 같은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   
2011-01-10 12:58
carhoon
그저 가족과 함께 평하게 볼수 있는 그리고 웃을수 있는데 좋아요   
2011-01-06 16:05
sdwsds
별로인것 같네요.   
2011-01-05 11:04
shoocool
심형래씨의 팬 중 한사람으로서 이번에도 속는셈치고 가서 봤는데 이번에 또 느꼈습니다. 정말 감독으로서 재능은 부족하신 거 같다는 것을.. 역시 재능은 도전의식으로 커버되지 않는 듯.. 이번 영화도 발상은 획기적(?)이었지만 그게 다였던 거 같네요. 정말 나열식 구성에 지나지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럴 줄 알고 일부러 혼자 가서 봤는데 이 선택만은 옳았단 걸 깨닫게 해주더군요.   
2011-01-04 18:05
doojinmk2
영화는 아직 못봐서 잘 모르겠지만, 기사 내용중에 가장 눈에 거슬리는건 마지막 부분의 주홍색 글씨네요.
돈내도 영화를 보는 일반 관객들의 전체적 수준이 낮다고 쓰신 것 같은데, 기자분들이야 돈 안내도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글을 쓰시면 끝이지만, 일반 관객들은 돈을 내고 극장에 가지 않으면 영화의 내용을 확인 할 수 없는 법이지요.
혹시, 관객동원력과 작품성을 같은 가치로 보고 계신건 아닌지요. 물론 좋은 영화에는 관객이 모이기 쉬운 법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죠.
글 수정하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2011-01-04 12:32
yong1504
안 웃긴 개그를 2시간동안 보고 있어야 함. 무슨 기분인지 알겠죠 ㅋㅋㅋ?   
2011-01-0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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