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난 적 있나요>는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멜로 영화다. 여타 멜로 영화와 다른 점은 전생을 소재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연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는 지아비가 죽고 난 후 따라서 목숨을 끊은 안동의 ‘원이 엄마’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만난다”는 대사처럼 은교와 인우의 인연은 전생과 과거 그리고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영화는 두 사람을 통해 숨겨진 인연을 찾는 숨바꼭질을 펼친다. 인우를 향해 “우리 만난 적 있죠”라는 말을 계속하는 은교는 인우와의 숨겨진 인연을 알게 된다. 그가 대학교 사진 동아리 후배였다는 것과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실 등 과거에 얽힌 일을 하나씩 밝혀낸다. 인우 역시 학교 동아리 후배였다는 사실을 숨긴 채 그를 향한 사랑이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비밀을 전한다. 게다가 영화는 엉킨 실타래를 풀듯 서서히 이들의 관계가 밝혀짐에 따라 숨겨진 전생의 인연까지 보여준다.
전생을 소재로 한 <우리 만난 적 있나요>는 안동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어지는 두 남녀의 사랑을 돋보이게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안동은 옛 것과 오늘날의 것이 혼재되어 있다. 소나무 절벽인 ‘부용대’를 비롯해 유명한 하회마을의 전경은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느낌을 잘 표현한다. 특히 영화 속 인우의 집인 ‘지례 예술촌’의 고택은 옛 것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더불어 안동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음식들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윤소이는 액션 영화에서 보여줬던 강인함을 탈피, 가슴속 깊이 품어왔던 사랑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캐릭터로 변신을 꾀한다. 그의 파트너로 첫 영화에 도전한 박재정은 이전 드라마에서 보여준 ‘발호세’ 이미지에서 벗어나 감성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그 외에도 <부당거래>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 정만식과 마동석이 각각 인우의 아버지와 은교의 친구로 나와 간간이 코믹함을 전한다.
<우리 만난 적 있나요>는 전생을 소재로 지고지순한 두 사람의 사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타 멜로 영화와는 차별성을 둔다. 두 사람 사이에 숨겨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흡입력을 더한다. 하지만 영화는 착해도 너무 착하다. 그 흔한 악역 하나 없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극적 요소가 부족하다. 마지막 부분에 이들의 전생과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지만, 그 때까지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심심하다. 결과적으로 <우리 만난 적 있나요>는 너무 착한 나머지 순수하고 담백한 영화가 되었지만, 그 반대로 뇌리에 남을 만한 영화는 되지 못한다.
2010년 11월 23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