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테리의 생일파티에 초대 받은 제로드(에릭 벌포)는 애인 일레인(스코티 톰슨)과 함께 LA로 날아간다. 고급 펜트하우스에서 사람들과 파티를 즐긴 다음 날 새벽. 제로드와 일행들은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푸른빛에 의해 잠에서 깨고, 그 빛을 본 사람들이 외계 함선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펜트하우스 창을 통해 바라본 도시는 이미 괴 생명체들에 의해 완전히 마비된 상황. 건물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던 그들은 계획은 괴생명체에 의해 저지당하고, 다시 펜트하우스로 돌아 온 그들은 막막함에 좌절한다.
‘<아바타> <2012> <300> <아이언맨 2> <엑스맨> 등에 참여해 온 하이드록스(Hydraulx)사의 작품’.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스카이라인>은 일찌감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니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특수효과를 주물러 온 하이드록사가, (게다가 그곳의 수장인 스트로즈 형제가)직접 자신들의 노하우를 보여주겠다며 들고 나온 게, 바로 <스카이라인>이다. 특수효과 분야에선 최고라는 자의식의 발로일까. 할리우드 메이저들과 작업해 온 그들은 정작 자신들의 작품에서는 거대 자본과의 결탁을 거부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유의미한 영화로 기록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독립적으로 작품을 만들었고 책임졌기 때문”이라고 밝힌 감독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외부의 간섭에서 자유롭길 원했고, 이를 위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정신으로 저예산 제작을 선택한다. 저예산이지만 자신들의 장기인 특수효과 부문을 긴축할 수는 없었을 터. 결국 그들이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꺼낸 카드는 출연료 높지 않은 배우 캐스팅과 제한된 공간이다.
선택의 성패는 영화 결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단 관심을 기울인 특수효과는 기대 이상이다.(파격적이라는 얘긴 아니다.) ‘적은 제작비로도 완성도 높은 시각효과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겠어’가 목적이었다면, 이는 충분히 성공적이다. LA 상공에 불시착한 외계선의 위용도 좋고, 시내를 휘젓고 다니는 괴생물체도 충분히 사실감 있다. HD카메라와 최첨단의 신형 RED 카메라의 사용도 적절하게 쓴 모양새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가 특수효과 하나만 훌륭하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는 거다. 그들은 자신들의 장기를 펼쳐 보이는데 고무된 나머지, 그 외의 것들을 안일하게 다루고 말았다. 쫓고 쫓기는 게 전부인 스토리텔링은 엉성하기 그지없고, 예산 절약을 위해 선택한 한정된 공간은 엉성한 이야기에 단조로움까지 씌우고 만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긴 마찬가지. 공감을 이끌어 낼 매력적인 캐릭터의 부재는 <스카이라인>이 지닌 또 하나의 명백한 패착이다.
결과적으로 <스카이라인>은 운용의 묘가 부족한 영화다. 지나치게 자기자랑에 도취된 영화이기도 하다. 특수효과만 놓고 본다면, 다음 작품 투자를 위한 발판 같은 영화로 보이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그들만의 장기자랑에 모든 관객들이 환호해 줄 필요는 없다.
2010년 11월 22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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