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거대한 빌딩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보든 형사(크리스 메시나)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온다. 같은 시각, 빌딩에서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5명의 낯선 사람들이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다. 허나 그들이 탄 엘리베이터는 건물의 중간에서 멈춰버린다. 단순 고장이라 생각했지만, 엘리베이터의 불이 꺼질 때마다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이들을 공격한다. 서로를 의심하며 경계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곳은 도망칠 곳 없는 엘리베이터 안이다. 외부에서는 계속 엘리베이터로 진입하려고 시도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고를 당한다. 급기야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사람이 죽어나가자 사람들은 공포에 빠진다.
<데블>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제작을 맡은 ‘나이트 크로니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나이트 크로니클’ 시리즈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유망한 신인 감독들에게 연출의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역량과 샤말란의 아이디어를 결합해서 공포와 스릴러 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특히 14페이지 분량의 아이디어 스케치로 시작한 <데블>은 샤말란 감독이 ‘나이트 크로니클’ 시리즈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후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디어다. 하여 <데블>은 ‘나이트 크로니클’ 시리즈의 가장 순수한 의도에 부합하는, 공포와 스릴러 장르의 참맛을 제대로 전해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엘리베이터라는 한정된 공간과 그 안에 있는 5명의 낯선 사람들 중 한 명이 악마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도망갈 수도 없고, 외부와의 소통도 쉽지 않은 공간인 엘리베이터는 자동차 사고로 우연히 도착한 외딴집과 같은 영화적 소재가 아니라 실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이라는 접에서 공포를 더 한다. 하루에 몇 번이나 접하는 엘리베이터, 잠시 동안 그 안에 함께 머무는 낯선 사람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CCTV와 같은 한정된 앵글과 엘리베이터 세트가 적절하게 사용됐다. 또한 외부에서 엘리베이터 안으로는 소리가 전해지지만, 그 반대는 되지 않는다는 설정 역시 엘리베이터를 철저히 고립시키는 장치로 사용됐다.
하지만 단순히 한정된 공간과 악마라는 아이디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부와 외부의 관계는 캐릭터들의 과거와 연결되면서 실마리를 찾기 시작하고, 악마의 존재 역시 사람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흥미로운 국면을 맞는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은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죄로 인해 벌을 받고 있다는 기독교적인 설정을 띄고 있다. 허나 악마를 물리치는 부분에서는 진심어린 뉘우침이나 용서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적용돼 다소 맥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대치하며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상황들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데블>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상의 공포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제작자인 샤말란 감독의 초창기 시절을 보는 듯 하다. <식스 센스>만큼의 놀라운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데블>의 긴장감과 아이디어는 장르적인 영화가 해결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숙제를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듣기에 충분하다. ‘나이트 크로니클’ 시리즈는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 이어지는 시리즈에도 기대를 걸기에 충분할 정도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2010년 11월 1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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