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에 걸린 세경(신세경)은 우연히 병실에 걸려있는 브로콜리 사진을 보고 노래를 만든다.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 라면만 먹는 세경은 자신이 죽기 전에 이 노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음반사를 찾아다니고, 여기저기서 노래도 부른다. 음악이 좋아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지만 배고픈 현실에 힘들어하는 상원(이종현)과 해원(강민혁). 급기야 상원은 자신의 기타를 팔기로 결정하고 해원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그러나 해원은 빵의 유혹에 흔들려 기타를 잃어버린다. 전쟁 때문에 음악을 듣는 것조차 금지된 가까운 미래, 음악을 좋아하는 진희(백진희)는 우연히 지후(임슬옹)을 만나게 되고, 둘은 추억의 노래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은다.
<어쿠스틱>은 총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서로 다른 세 편의 에피소드는 음악이란 소재를 통해 서로 맞물린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희귀병에 걸린 세경이 주인공이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이 만든 음악을 알리기 위해 쉬지 않고 걷는다. 어느 순간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는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죽음이 다가와도 노래를 알리려 했던 세경을 통해 열정을 말한다. 특히 한희정의 곡인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을 영화의 분위기와 맞게 부른 신세경의 노래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볼거리. 무표정한 그녀의 표정과 더불어 곡의 느낌이 이야기를 살린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돈은 없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두 청년의 이야기다. 그들은 음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난이 큰 걸림돌이다. 배고픔 때문에 더 이상 음악을 할 자신이 없는 그들에게 빵가게 사장은 빵과 음악으로 열정을 불어넣어준다. 세 편 중 가장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두 번째 에피소드는 현실과 꿈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해낼 수 있다는 용기가 있다면 어떻게든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현과 강민혁은 음악을 사랑하는 느낌을 십분 발휘해 첫 연기를 잘 소화해 낸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전쟁이 발발된 가까운 미래, 음악을 통해 서로 사랑을 느끼는 소녀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음악이 금지된 미래에서 진희는 자신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지키려 하고, 진희를 사랑하는 지후는 그를 도와준다. 이 둘에게 음악은 추억과 사랑을 일깨워주는 매개체다. 영화는 추억이 담긴 음악이 흘러나올 때 마다 기뻐하고, 잊었던 삶의 행복을 느낀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으로 첫 연기를 시작했던 임슬옹과 <반두비>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백진희의 연기는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한다.
<어쿠스틱>은 음악을 소재로 청춘을 대변한다는 주제와 청춘스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극을 이끈다는 기획력이 좋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청춘들의 고민과 힘듦을 다뤘다고 보기는 힘들다. 영화는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음악의 꿈을 놓지 않는 그들의 모습으로 고달픔을 보여주지만,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청춘의 고민들은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 철학적인 메시지까지는 아니지만, 음악으로 표현되는 꿈과 현실의 갈등 속에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2010년 10월 25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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