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의 소란과 관계없이 영화는 매우 흥미로운 면모를 보였다. 충식(김태우)의 7살짜리 딸이 실종되고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단순히 범인을 밝히는 이야기에 치중하지 않는다. 영화는 새로 이사 온, 과거에 아동 성범죄 전과가 있는 세진(이정진)을 아이 실종 사건과 연결 지으려는 주변 사람들의 ‘광기’에 주목한다. 증거를 통해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범인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을 범인으로 만드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그리 낯선 관경이 아니기에 더욱 섬뜩하다. 또한 가해자(라고 의심되는)의 주변 인물인 엄마(김창숙)와 여동생(임성언)의 설정도 좋았다. 이를 통해 보통 피해자에게만 집중되던 시선을 가해자와 주변 인물에게로 확장해 객관성을 확보한다. 부분적인 만듦새에서 지적될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인 의도와 배우들의 연기는 출중하다.
● 한마디
<돌이킬 수 없는>은 아이의 유괴와 살인이라는 중심 사건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단순히 범인이 누구일까?에 치중하지 않는다. 퍼즐을 맞춰가며 누군가의 범죄를 밝혀내는 스릴러가 아니다. 영화는 누가, 어떻게 범인을 만드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고 할리우드 범죄 스릴러처럼 치밀한 음모나 계략이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동 성폭행 전과를 가진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선입견, 다수의 잘못된 편견이 일반적인 상식이 되는 잘못된 광기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특히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시선과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감정을 호소하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김창숙, 임성언이 연기한 주변 인물 묘사도 만족스럽다.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아동실종 그리고 개인적 복수, 아동성범죄자 등 달콤한 소재들이 가득하다. 장르적 재미를 취할 수 있는 여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이 모든 달콤한 것들을 다 포기했다. 왜냐고? 진짜 전하고 싶은 주제를 위해서다. 아동실종, 아동성범죄, 개인적 복수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실 이 영화는 요즘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만연한 ‘마녀사냥’, ‘낙인’ 등에 대한 담론을 던지는 묵직한 작품이다. 다소 지루한 전개지만 아동성범죄 전과자(물론 이 사실 여부마저도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뒀다.)인 이정진과 딸을 잃은 김태우, 그리고 경찰과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편견과 오해가 낳는 참상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사실적으로 와 닿게 했다. 이정진이 가해자처럼 보이지만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자는 김태우다. 한번쯤 곰곰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게 감독의 의도인데, 적어도 의도의 전달은 만점이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2010년 10월 21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