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8년차 여행 저널리스트 리즈(줄리아 로버츠)가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선언한다. 안정된 직장에 멋들어진 보금자리, 잘 생긴 남편(빌리 크루덥)까지. 이 모든 걸 가진 사람이 왜 이혼 타령이냐 싶어 들어다 보니, 이 여자 겉만 번지르르했지 속은 외로움과 무료함에 지칠 대로 지쳤다. 결국 남편을 떠나 젊고 섹시한 배우 데이빗(제임스 프랑코)에게 새로운 인생을 거는 리즈. 하지만 이 사랑에서도 위안을 얻지 못한 그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여행길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제목 순서를 고스란히 따라 ‘먹는다’, ‘기도한다’, ‘사랑한다’로 진행된다. 그녀의 발길이 처음으로 향하는 곳은 이탈리아 로마다. 그곳에서 “미국 사람들은 일에 치여 사느라 즐길 줄 모른다”고 말하는 이탈리아 친구들을 만난 그녀는 ‘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놀고 쉬는 것’임을 깨닫는다. 살기 위해 먹어왔던 습관을 버리고, 먹기 위해 사는 소소한 즐거움도 체험한다. 로마가 그녀에게, 그리고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선사하는 건 삶의 여유, 바로 그것이다.
리즈의 발길이 두 번째로 닿은 곳은 힌두교 성지인 인도의 아쉬람이다. 종교적인 공간인 아쉬람은 ‘섹스와 열정’으로 대변되는 로마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로마 거리를 역동적으로 활보하던 카메라가 인물을 조용히 응시하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새로 찾은 도시는 리즈에게 고된 인내의 시간을 요구한다. 하지만 고통을 감내한 결과는 달콤하다. 인도에서 리즈는 자신을 억누르던 트라우마에서 비로소 벗어난다. 그녀 여행의 종착지는 발리. 그곳에서 새로운 사랑 펠리페(하비에르 바르데)를 만나지만, 어렵게 얻은 마음의 평화를 깨기 싫은 리지는 망설인다.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인 ‘사랑하라!’ 발리가 선사하는 깨달음의 선물은 사랑 안에서 균형 찾는 법이다.
3개국을 로케이션하며 완성된 영화답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는 볼거리가 넘쳐난다. 여행 경비가 없어 영화로라도 관광을 해야겠다는 이들에게, 충분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하지만 대리 여행으로서의 재미가 아닌, 영화로서의 재미를 묻는다면 명쾌하게 추천해 줄 정도는 못 된다. 리즈가 아쉬람으로 떠나는 중반부터 영화가 자못 심심해지기 때문이다. 명상에 빠진 주인공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까지 명상의 시간을 경험케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리드미컬한 호흡을 타지 못한 후반부는 아쉽다. 리즈가 이혼을 결심한 이유와,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에 대한 공감 결여 역시, 이 영화가 안고 있는 단점이다. 활자로 된 책을 영상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에 누수가 생기고 말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에서 발견되는 옥에 티를 이 영화도 피하가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를 기대한다면, 일찍이 접는 게 좋다.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이제까지 (필자가)봐 온 그의 연기 중 가장 힘이 없다. 물론 그의 잘못은 아니다. 매력 없는 캐릭터 탓이다.
2010년 9월 30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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