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브렐러 코포레이션의 T-바이러스가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자,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는 철통같은 경계로 지하에 숨어버린 엄브렐러 코퍼레이션에 직접 침투해 기지를 폭파한다. 하지만 새로운 곳으로 거처를 옮긴 웨스커(숀 로버츠)는 더 강해진 좀비와 언데드, 새로운 크리쳐로 앨리스 일행을 압박한다. 궁지에 몰린 앨리스는 크리스(웬트워스 밀러), 클레어(알리라터)와 함께 웨스커의 크리쳐들에 맞서 싸운다. 마지막에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앨리스 일행은 웨커스가 있는 배로 침투하고,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일전을 벌인다.
세상을 위협하는 변종 바이러스에 맞서 수많은 좀비와 언데드를 상대했던 여전사 앨리스가 돌아왔다. 2002년 시리즈의 첫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 8년 만에 4편이 나왔으니 나름 쉬지 않고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영화로 옮긴 첫 작품에 비해 뒤이은 작품들은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액션을 강조한 새로운 형식의 좀비영화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반복되는 패턴과 게임을 보는 듯한 과도한 컴퓨터 그래픽, 폼생폼사 영웅 이야기 등은 <레지던트 이블>만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B급스러운 액션 영화로만 남았다.
하지만 시리즈의 4편인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이하 ‘<레지던트 이블 4>’)에 이르러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 1편의 감독이자 밀라 요보비치의 남편이기도 한 폴 앤더슨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4편은 3D 입체영상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최근 3D 입체영화의 열풍은 2D로 촬영한 영화를 무리해서 3D로 전환하는 유행을 불러왔지만, <레지던트 이블 4>는 이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3D 입체영화로 기획돼 완성도를 높였다. 실사영화가 기획부터 촬영까지 모든 부분에서 3D를 염두 해두고 제작된 것은 <아바타> 이후 처음이다.
폴 앤더슨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친분으로 <아바타>의 제작현장을 방문했고, 3D 입체영화의 새로운 동력이라 할 수 있는 퓨전 카메라 시스템을 확인했다. 그리고 <레지던트 이블 4>를 제작하면서 퓨전 카메라 시스템으로 <아바타>를 작업한 빈스 페이스를 전격 영입했다. 그리고 일부 장면에서만 퓨전 카메라 시스템을 사용했던 <아바타>와는 달리 모든 장면에서 장비를 사용해 확실한 입체감을 얻었다. 이는 단순히 장면에 입체감을 불어넣은 것만이 아니다. 기획부터 시나리오와 촬영, 편집, 후반작업이 모두 3D를 기준으로 작업됐기 때문에 그에 맞는 액션 시퀀스 연출이나 장면의 구성, 적절한 소품 등의 사용까지 연결됐다. 특히 물이 떨어지는 공간에서 거대한 크리처와 싸우는 장면이나 마지막 웨스커의 배에서의 결투는 처음부터 3D를 고려한 액션 구성이 영화의 완성도에 얼마나 큰 효과를 주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레지던트 이블 4>는 시리즈를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시리즈가 쌓아놓은 명성이나 스타일에 비해 월등히 나은 작품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기존과는 다른 비주얼로 새로운 영화라는 이미지는 각인시킨다.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인 비주얼의 경우, <레지던트 이블 4>에서는 합격점이다. 3D 입체영상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앨리스만의 특화된 액션, 적절한 고속 촬영, 세기말적인 색감 등 눈에 보이는 많은 요소들이 흥미롭게 표현됐다.
2010년 9월 13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