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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로 양분된 이야기, 너무 많은 캐릭터 조합 (오락성 7 작품성 6)
퀴즈왕 | 2010년 9월 10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소위 말하는 스타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에서 배우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이 많다. 하여 어떤 배우와 작업하더라도 감독 특유의 색깔이나 연출 스타일이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동시에 그 감독의 스타일에 배우들이 어떻게 녹아들었을까도 관심사다. 장진 감독은 ‘장진식 코미디’라는 말을 만들어냈을 정도로 확실한 스타일을 만들었고, ‘장진 사단’이라 불리는 든든한 배우들도 있다. 그의 신작 <퀴즈왕>은 이러한 바탕에 색다른 요소가 추가됐다. 늘 함께 하던 배우들 외에 낯선 얼굴들이 보이고, 추석 대목을 노린 친대중적 가족 코미디라는 점도 그렇다.

한밤 중 강변북로에서 4중 추돌 사고가 발생한다. 호만(송영창)과 지용(이지용)은 라디오에서 이수영이 음이탈을 하는 바람에 놀라 한 여자를 치게 되고, 그 뒤의 상도(류승룡)와 팔녀(장영남)가 여자를 한 번 더 친다. 뒷따르던 도엽(김수로)과 상길(한재석)은 가까스로 여자를 피했지만, 마지막의 우이모(우울증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임) 사람들의 차가 여자를 밟고 지나간다. 하여 이들은 밤새 경찰서에 모여 누구의 잘못이 가장 큰가를 놓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헌데 그들이 친 여자가 누적상금 133억 원의 퀴즈 프로그램 출제자이고, 소지품에서는 마지막 문제와 답까지 발견된다. 엄청난 상금에 모두 퀴즈 프로그램에 도전하기로 하지만, 마지막 문제까지 가기 위해서는 앞의 29문제를 맞춰야 한다. 경찰서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상금을 향해 각자의 방법으로 퀴즈 공부를 시작한다.

<퀴즈왕>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강변북로 4중 추돌사고로 경찰서에 모인 사람들의 소동과 우연히 알게 된 마지막 문제 때문에 133억 원이 걸린 퀴즈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이야기, 이 두 가지다. 아쉬운 점은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상당히 뚜렷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한 덩어리로 잘 조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축구의 전반과 후반이 다른 양상을 보이듯 말이다. 집단 캐릭터라는 특징도 축구선수 11명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골을 해결할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것이 문제. 김수로와 한재석을 나름의 투톱으로 전방 배치했지만 확실한 공격수는 아니었다. 그 외의 캐릭터들은 그 수가 너무 많다. 캐릭터 소화 능력이 좋아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해내지만, 너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각 배우들만의 특징을 찾기가 어렵다.

배우들의 개인기나 상황을 뒤집는 소소한 반전, 한 템포 느린 엇박자 웃음 등 기존의 장진 감독의 장점들은 살아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특징들은 이야기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여러 사연이 모여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든든하게 받치는 것이 집단 캐릭터 영화의 일반적인 형태라면, <퀴즈왕>은 이야기가 응집되지 못하고 일반적인 감정 코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캐릭터 개개인이 돌발적인 상황으로 뜻밖의 재미는 주지만,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결국 몇몇 캐릭터에 국한되어 있다.

많은 배우들의 출연은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영화 속에서 각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그동안 장진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김수로와 한재석을 중심으로 인물을 배치한 것은 신선하지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주 작업하는 류승룡, 장영남, 김병옥과 단역, 카메오를 마다하지 않은 정재영, 신하균, 이한위, 고은미, 임원희 등은 인상적이지만 소비되는 느낌도 든다. <퀴즈왕>은 사람들의 관계로 이야기를 만들고, 웃음과 감동까지 이끌어내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서로에게 주는 영향력이 약하고, 개개인에게 할당된 책임감도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즈왕>은 추석연휴에 관심을 끄는 가족 코미디 영화다. 그 코미디의 코드가 대중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배우들을 보는 재미에 120분이 넘는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다. 하지만 너무 가족적인 분위기가 영화 자체를 ‘그들만의 잔치’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현장이 즐거웠다고 꼭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2010년 9월 10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장진스러운 유머는 여전하다.
-이 많은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보는 것도 흔한 경험은 아니다.
-적극적이진 않지만 현재 우리 사회와 정치적인 부분도 건드린다.
-두 가지 이야기의 너무 분절돼 있다. 1시간짜리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너무 많은 캐릭터가 이야기를 분산시킨다. 캐릭터의 성격도 명확하지 않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캐릭터의 안타까움과 다소 생뚱맞은 마무리.
16 )
moviepan
재미만 있다면 머 ㅋㅋ   
2010-09-13 15:02
bjmaximus
영화가 산만할 듯..   
2010-09-13 13:58
boari
그들만의 잔치에 공감;;;   
2010-09-13 11:36
cyddream
이 평만 보자면 장진은 큰일 났네....ㅠ.ㅠ.ㅠ   
2010-09-12 15:26
mommy1948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이어;; 완전 실망;;   
2010-09-12 14:14
ggang003
이번 작품은 실망이네요   
2010-09-12 11:39
wnsdl3
재밌을거같아요   
2010-09-11 23:36
ldh6633
good   
2010-09-1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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