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우에노 쥬리)와 치아키(타마키 히로시)는 음악에 대한 꿈을 펼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온다. 노다메는 파리 음악원인 콩세르바투아르 1년을 평가하는 시험을 앞두고 있고, 치아키는 스승인 슈트레제만(타케나카 나오토)이 지휘를 맡았던 말레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하게 된다. 말레오케스트라는 슈트레제만을 세계적인 지휘자로 만들어줬던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 하지만 지금 말레오케스트라는 단원이 반으로 줄어 제대로 팀을 구성하기도 힘든 지경에다 공연 전 연습도 겨우 한두 번 하는 게 전부다. 심지어 콘서트마스터 토마 시몬은 새로운 지휘차 치아키를 무시하며 텃새를 부린다. 이에 치아키는 차이코프스키 장엄서곡 1812년을 연주해 오케스트라를 변모시키려고 하고, 노다메는 아낌없는 사랑과 초지일관한 애정으로 치아키를 응원한다.
그대로다. TV드라마를 압축해서 영화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감독과 출연배우, 캐릭터 설정과 주변인들의 관계,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타일 등 모든 것이 TV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 <노다메 칸타빌레>를 좋아하던 기존의 팬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맛이 있다. 배경이 유럽으로 바뀌어 파리, 빈, 프라하 등 아름다운 도시의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지고, 노다메에 대한 치아키의 모습이 보다 다정다감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이던 캐릭터의 재미가 여전하고 코믹한 상황을 통해 감동을 전하는 방식도 유효하다. 여기에 CG를 이용한 아기자기하고 장난스러운 자막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노다메 칸타빌레 Vol.1>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오케스트라를 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임 지휘자 치아키의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도 시리즈의 든든한 힘인 노다메와 치아키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배경에 깔았다. 한결같이 치아키만을 바라보는 노다메는 영화에서도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치아키에 대한 절대적인 애정을 보여준다. 노다메를 연기한 우에노 쥬리는 장난스럽고 코믹한 만화 같은 모습은 물론, 안타까움과 감동까지 더해 영화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한다. 우에노 쥬리만이 할 수 있는 예측불허 코미디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노다메는 치아키와 안타까운 이별을 하고, 이 둘의 사랑은 Vol.2로 이어져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영화로 만들어진 <노다메 칸타빌레 Vol.1>의 또 다른 장점은 극장 사운드를 통해 듣는 클래식 음악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내세워 큰 성공을 거둔 시리즈답게 영화 버전에서는 마치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생생한 사운드를 전한다. 어렵게 섭외한 유럽 현지의 뮤직홀에서 촬영된 아름다운 영상에 54년 전통의 브루노 오케스트라의 실제 연주가 더해진 마지막 공연 장면은 영화의 감동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영화는 3000만 부 이상 판매된 만화책과 평균 2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TV드라마의 명성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기존의 팬들을 의식해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검증된 성공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코믹하게 망가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TV드라마를 보지 않고 영화를 먼저 보는 관객이라면 신선한 맛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시리즈의 연장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많지 않아 충분하지 않다.
2010년 9월 6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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