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프랑스 니스로 휴가를 간 젠(캐서린 헤이글)은 그 곳에서 이상형의 남자 스펜서(애쉬튼 커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첫 눈에 반한 두 사람은 일사천리로 결혼에 골인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간다. 스펜서를 죽이기 위해 킬러들이 몰려오는 3년 후 까지는 말이다. 다정했던 이웃들이 스펜서를 죽이려 드는 현실에 놀란 젠은 남편이 과거 미 중앙정보국 소속 킬러였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스펜서가 자신을 속인 것에 화가 나는 것도 잠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돕기 위해 함께 총을 든다.
그러니까, 궁합이다. <킬러스>는 남녀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들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케 한다. <킬러스>의 주인공 에쉬튼 커처와 캐서린 헤이글의 궁합은 상당히 안 좋다. 배우 캐스팅 전이었다면, 감독에게 궁합 잘 보기로 소문난 용한 점집 하나 소개 해 주고 싶을 정도다. 그들의 궁합은 첫 만남에서부터 비틀거린다. 이는 위트 없는 각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개성이 조율되지 못한 탓도 크다. 로맨틱 코미디의 백미인 ‘밀고 당기기’의 호흡이 형편없을 뿐 아니라, 웃겨야 하는 포인트에서도 매번 헛다리를 짚는다. 섞이지 않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개인기가 서로의 장점을 상쇄시키는 순간도 여러 번 포착된다. 특히 캐서린 헤이글의 경우, <어글리 트루스>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순발력을 전혀 펼쳐 보이지 못한다. 중요한 순간마다 엄마 아빠를 찾는 ‘마마걸’ 헤이글을 바라보는 건, 관객으로서 꽤나 짜증나는 일이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주인공이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건, 재앙과도 같다.
영화가 구사하는 액션도 유머만큼이나 허술하다. 일단 액션의 설득력 자체가 떨어진다. 이는 영화가 ‘스펜서’와 ‘킬러들’을 대하는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비밀 정보원이었던 스펜서의 액션을 다룰 땐 리얼리티로 다가가던 영화는, 킬러들의 액션은 리얼리티와는 무방한 황당무계함으로 치장한다. 평범한 이웃들이 (현상금을 타려고)갑자기 람보로 변신하는 건, B급 영화에서나 볼법한 기상천외한 시추에이션이다. 무림의 고수와 고수인 척 하는 사람들의 싸움. 이는 마치 체대 다니는 오빠(스펜서)가, 초등학생들(킬러들)과의 내기 게임에서 일부러 져 주는 척 놀아주는 꼴이다.
편하게 즐기는 데이트 무비로 선택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마저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7급 공무원>이나 <나잇 & 데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DVD를 다시 꺼내 보는 게 나을지 모르니 말이다.
2010년 8월 27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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