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서로 죽이고 싶어 안달 난 두 남자가 병원에서 만난다. 한 명은 오른손 외에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전신마비로 꼼짝없이 누워있는 상태.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이렇듯 <죽이고 싶은>은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2인용 병실을 중심으로 두 인물의 복수극에 초점을 맞춘다. 복수라고 해서 피칠갑 가득한 혈투는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영화는 살상무기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사물로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재기 발랄 복수극을 보여준다. 상업에 비해 그나마 오른손을 쓸 수 있는 민호는 효자손을 사용해 상업을 때리고, 스타킹에 비누를 넣은 후 빙빙 돌리며 머리를 맞추거나, 전기가 잘 흐르는 곳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 감전사를 일으키려 한다. 이 밖에도 상업이 자고 있을 때 젤리를 먹여 기도를 막히게 하거나, 급소를 향해 구슬을 던지는 등 병원에 누워있는 상태에서만 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복수를 감행한다.
영화는 재기 발랄한 복수방법으로 유쾌함을 전함과 동시에 두 주연배우의 흡입력 있는 연기력으로도 관심을 끈다. 천호진과 유해진의 캐스팅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두 배우 모두 병실 안에서 영화의 90%를 촬영했다. 극중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설정의 천호진과 유해진은 오로지 얼굴표정과 대사만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천호진은 유약하지만 상업에게 소소한 복수를 행하며 삶의 기쁨을 얻는다. 또한 자신의 복수가 남들에게 들킬까봐 걱정하고, 점점 기억이 돌아오는 상업에게 위협감을 느끼는 모습을 탁월한 표정연기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유해진은 걸걸한 사투리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잔인하게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며, 천호진과의 대결구도를 팽팽히 이어간다. 또한 특유의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죽이고 싶은>의 종착역은 왜 그들이 원수가 되었는지에 대한 진실이다. 조원희, 김상화 두 감독은 마지막까지 그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묻어둔 채 두 사람의 육탄전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러나 진실을 공개하기까지 영화의 긴장감은 대체로 느슨하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민호의 기억과 상반된 상업의 기억을 불러온다. 그리고 둘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두 감독은 이것을 동력으로 두 주인공의 육탄전까지 몰고 가지만 힘에 부친다. 더불어 마지막 부분에 숨기고 있던 진실의 비밀도 중반을 넘어가면서 유추가 가능해져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다만 전신마비인 두 남자가 복수극을 벌인다는 설정과 이야기 구도의 신선함, 두 배우의 열연이 영화의 아쉬움을 달랜다.
2010년 8월 20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