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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이름으로 (오락성 7 작품성 8)
브라더스 | 2010년 5월 6일 목요일 | 민용준 이메일


형제는 어려서부터 너무나도 달랐다. 예의 바르고, 성실하며, 똑똑하면서도, 운동까지 잘하는 형 샘(토비 맥과이어)은 어려서부터 집 안팎으로 자자한 칭찬을 받아왔다. 하지만 동생 타미(제이크 질렌홀)는 어려서부터 소문난 사고뭉치였다. 아버지는 이런 동생이 못미더웠고, 타미 역시 그런 아버지의 시선이 못마땅했기에 더욱 엇나가곤 했다. 성인이 돼서도 형제의 삶은 엇갈렸다.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다하고, 아버지처럼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는 영웅 대접을 받는 샘의 현재와 달리 타미는 변변한 직업 없이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되는 신세다.

하지만 형제의 우애는 어긋나지 않았다. 샘은 언제나 넓은 마음으로 동생을 보살피고 타미 역시 그런 형에게 기대며 형제애를 지켜왔다. 타미가 가석방되는 날, 샘은 마중을 나가고 오랜만에 형제는 상봉한다. 하지만 형제는 다시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 샘은 곧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을 떠날 예정이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였다. 샘의 송별과 타미의 환영을 위해 단란하게 식탁에 모였다. 하지만 식탁 위로 불화의 공기가 새어나온다. 아버지는 동생에게 못마땅한 핀잔을 던지고 동생은 이에 울분을 표한다.

<브라더스>는 제목 그대로 어떤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는 보다 폭넓은 시야를 품고 있다. <브라더스>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자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든든한 가장이자 아들이며 모범적인 시민이었던 샘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끔찍한 경험을 한다. 그 사이 샘이 비운 집안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날아들고 샘의 아내 그레이스(나탈리 포트만)는 깊은 상실 속에서 형의 공백을 채우듯 자신의 집안에 헌신을 다하는 타미와 은연 중에 모종의 감정을 공유한다. 하지만 서로의 현실적 관계를 직시한 두 사람은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는 내면의 갈등 속에서도 본능적인 이끌림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두 사람과 가족은 또 한번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짐 쉐리단은 일찍이 <나의 왼발>과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통해 갈등과 위기에 놓인 가족들의 치유와 구성원의 성장을 그려냈다. <나의 왼발>이 정통적인 가족애에 관한 드라마라면 실화를 바탕으로 완성한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개인과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사회적 부조리에 맞서는 가족주의적 연대를 그린다. <브라더스>는 가족이라는 형태에 대한 물음과 함께 체제적 폭력에 노출된 가족의 갈등이 결과적으로 가족의 품 안에서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가를 드러내는 처방과 같다. 상반된 성격을 지닌 형제의 대비적인 삶은 아버지를 비롯한 주변의 평가로 이어지지만 동생을 아끼는 형과 형을 믿는 동생은 타인의 이해에 흔들리지 않고 서로를 배려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우애를 흔드는 건 바로 전쟁이다.

<브라더스>는 가족주의로 미장된 반전주의 드라마에 가깝다. 형제의 깊은 우애를 흔드는 건 그들을 둘러싼 현실이 아닌, 그 현실 밖에 놓인 전쟁이다. 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파국적인 현실 한가운데 내던져지는 동안, 가족들은 자신들에게 통보된 비극적 슬픔을 돈독한 연대로서 극복해낸다. 전장과 가정을 오가는 카메라는 두 환경의 대비를 통해 예고된 갈등에 예열을 가하는 동시에 고발적인 시선을 관객에게 주입해 나간다. 건강한 남자가 지독한 폭력의 중심에서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살피고, 결국 그 파괴된 본성이 가정에 이입되며 벌어지는 일련의 파국을 통해 가정의 근간을 흔드는 체제의 부조리를 묘사한다. 전쟁의 폐해가 평온한 가정을 뒤흔드는 과정을 살핀다. 이는 현재 전세계의 전장 위로 두 발을 딛게 된 미군 청년들의 현실을 되새기게 만드는 현실적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체제의 야심이 가정이라는 작은 집단에까지 깊은 상흔을 남김으로서 개인과 사회라는 관계의 안에 매몰된 개인들의 의식적 각성을 유도한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을 경험한 사내의 파괴는 곧 가족의 혼란을 야기시키고 사회적 피해로 발전한다. 하지만 <브라더스>는 결국 그것을 치유하는 것 역시 가족이라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의 외벽에 놓인 부조리가 가족을 위협할 때, 그것을 이겨내는 건 결국 가족의 몫이다. 이는 가족의 의무를 지적하는 것이 아닌, 그 부조리의 악순환을 고발하는 역설과도 같다. 짐 쉐리단은 누가 가족의 요람을 흔드는가, 라는 질문 앞에 <브라더스>를 통해 진중하게 답변하고 있다. <브라더스>는 갈등의 양상을 첨예하게 드러내며 깊은 서스펜스를 이끌어내고, 이를 연민의 페이소스로 승화시킨 뒤 묵직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미묘하게 흔들리다 이내 진동하던 관계는 결국 가족의, 형제의 이름으로 표하는 연민과 애정을 통해 잠잠해진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는 높은 기여도를 자랑하는 대목이다. 특히 토비 맥과이어는 <브라더스>를 통해 전례 없는 깊이와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2010년 5월 6일 목요일 | 글_민용준 beyond 기자(무비스트)    




-제이크 질렌홀, 나탈리 포트만, 참 잘했어요. 토비 맥과이어, 매우 잘했어요!!!
-짐 셰리단의 드라마는 여전히 유효하다. 실로 성공적인 복귀작
-때때로 날카로운 긴장감은 깊은 연민으로 이어지고 결국 성찰을 이끌어낸다
-엄친아 형을 뒀던 동생이라면, 덕분에 아버지에게 구박 받은 아들이었다면, 일단 감정이입 금지
-화창(해야 하지만 아직 음울)한 5월에 좀 가볍고 산뜻한 영화를 보고 싶다고
26 )
skdltm333
기대되요   
2010-05-06 22:30
nicegoguma
음 한번볼게요 ㅎㅎ   
2010-05-0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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