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보다 염색체 수가 하나 더 많은 다운중후군 다니엘.(파블로 피네다) 그의 모습은 일반인과 다르지만 보통 사람들처럼 대학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삶에 딱 하나 부족한 게 있으니 바로 여자친구. 다니엘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다니엘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 라우라(롤라 두에냐스)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한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려는 다니엘의 노력에 탄복했는지 라우라는 매일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친구가 아닌 연인이 되기를 바랬던 다니엘은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게 되고, 라우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2003년 스위스에서 장애인 섹스 봉사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었다. 장애인 섹스 향유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과연 장애인들도 섹스를 할까? 진정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당연히 그들도 사람이기에 성적 욕구가 있는 것이고 섹스는 삶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아예 알려고 들지 않는다. 그게 바로 현실이다.
<미 투>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일반들에게 유쾌한 일침을 놓는다. 영화는 주인공 다니엘을 통해 장애인도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니 장애인도 섹스를 하고 싶다고 외친다. 극중 다니엘은 아들의 장애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일반인과 똑같이 키우는 부모의 사랑 안에서 자란다. 하지만 그들이 다니엘의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도 예쁜 여자를 보면 침을 흘리고, 몰래 야동을 보는 남자다. 그러므로 매력적인 라우라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차별이 존재하지만 영화 속 다니엘의 모습은 이 모든 고정관념을 깨버린다. 그는 라우라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말 못할 아픔이 있는 그녀를 웃게 만든다. 비록 다니엘은 남들 보다 짧고 통통한 손, 둥근 얼굴, 낮은 코를 갖고 있는 다운중후군이지만, 그의 살인 미소는 모두에게 행복을 전한다. 반대로 장애가 없는 라우라는 불행한 개인사로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간다. 그녀는 밤마다 느끼는 외로움을 술과 남자로 채운다. 하지만 또다시 외로움은 찾아온다. 이처럼 영화는 서로 대비되는 캐릭터가 우정과 사랑을 나누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장애인과 일반인 모두 기쁨과 슬픔을 보여준다. 그리고 서로 치유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 투>는 다니엘과 라우라의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루이자와 페드로 커플을 등장시킨다. 다운중후군이라는 장애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로부터 과잉보호를 받는 루이자. 그녀는 페드로를 사랑하고 육체적 관계도 맺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은 다운중후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텔도 들어갈 수 없는 현실에 놓인다. 다행이 다니엘과 라우라의 도움으로 어렵게 사랑을 나누는 루이자와 페드로. 라우라는 세상의 어려움을 딛고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에 단순히 쾌락을 위해 섹스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영화는 이들이 장애를 갖고 있지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일깨워준다.
극중 다니엘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영화로 표현한 파블로 피네다의 연기력 덕분이다. 실제로 학사학위까지 받을 정도로 학구파인 파블로 피네다는 직접 다니엘 역을 맡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스럽게 역할을 소화해낸다. 반대로 라우라 역을 맡은 롤라 두에냐스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린 캐릭터를 보여주며 영화 속 다니엘과의 사랑을 흡입력 있게 전한다.
<미 투>의 미덕은 다니엘과 라우라의 사랑을 유쾌하게 그리면서도 현실적인 모습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니엘은 신발끈이 풀어져도 스스로 고쳐 메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아픔을 느끼고, 라우라와 같이 다니며 주변 사람들의 따까운 눈초리도 느낀다. 또한 다니엘의 부모는 그들이 가깝게 지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영화는 이러한 정서를 사실적으로 전하기 위해 핸드헬드를 주로 사용해 효과를 높인다. 하지만 <미 투>는 다니엘의 살인 미소처럼 작은 희망도 보여준다. 라우라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다니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마주 앉은 여자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닌 평범한 남자로 마주하게 된다. 이로써 <미 투>는 지극히 정상적인 러브스토리로 기억된다.
2010년 4월 13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