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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의 지난 주 영화! <셔터 아일랜드> 누가 날 미쳤다고 하는가
2010년 4월 2일 금요일 | 신기주 저널리스트 이메일


<셔터 아일랜드>는 제정신과 네정신의 구별을 묻는다. 스스로 제정신이 박혔다고 여기면 제정신인 건지. 남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우기면 정신이 나간 건지. 남들이 믿지 않는 걸 믿고 보지 않는 걸 보면 그저 미친 건지. 남들과 다른 걸 주장한다면 미친 게 아니라 용감한 건지. 마틴 스콜세지는 <셔터 아일랜드>에서 이런 존재론적 질문들은 좀 더 단순하게 가다듬었다. 주인공 테디 다니엘스는 미쳤는가.

테디 다니엘스는 자신이 연방 보안관이라고 믿는다. 도망친 환자를 찾아서 정신병자 수용소인 셔터 아일랜드로 왔을 뿐이다. 데니스 루헤인의 동명 원작 소설을 못 본 관객이라면 처음엔 주인공 테디의 시선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틴 스콜세지는 관객들한테 <식스 센스>와 같은 반전을 선사할 생각 따윈 없다. 도망친 여자 환자가 자신을 둘러싼 섬 속 환경을 제 상상에 맞춰서 바꿔 믿어버렸단 얘기가 첫 번째 복선이다. 이런 복선은 숱하다. 테디가 지닌 트라우마, 환자들이 테디를 바라보는 낯설지 않은 시선, 테디의 편두통, 테디를 점점 조여오는 듯한 잿빛 조명, 레이디스란 또 다른 사라진 환자에 대한 테디의 집착, 반복되는 테디의 환영까지. 그러니까 <셔터 아일랜드>의 결말 반전을 미리 눈치 챘다고 해서 감독과의 두뇌 싸움에서 이겼다고 희희낙락할 필욘 없단 얘기다. 마틴 스콜세지나 원작자인 데니스 루헤인이 <셔터 아일랜드>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테디 다니엘스가 알고 보니 미쳤더란 게 아니다. 그들이 노린 진짜 반전은 테디가 미친 게 아니라면, 이다. 관객의 마음 속에 찝찝함을 남기는 거다. 셔터 아일랜드 정신병동의 의사들과 경비원들이 멀쩡한 사람조차 미쳤다고 우길 만큼 가공할 압제자라면?

마틴 스콜세지는 <셔터 아일랜드>의 시대 배경은 1950년대의 어느 무렵이다. 섬의 광인들은 자꾸만 묻는다. 섬 바깥에선 테레비란 게 있다면서? 원폭 보다 더한 수소 폭탄이 있다면서? 원폭 하나로 수만 명을 몰살 시키고 곁에 앉은 가족 대신 네모난 상자와 더 깊이 소통하는 것만큼 미친 풍경은 없다. 1950년대는 2차 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에 메카시즘의 광풍이 불어 닥쳤던 시기다. 세계 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독불장군이 돼 있었다. 자본주의는 위대하고 미국 민주주의만이 선이었다. 메카시즘은 세상을 선과 악, 제정신과 네정신으로 이분하려는 시도였다. <셔터 아일랜드>는 섬 안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섬 바깥을 말하고 있다.

아무도 섬 바깥 세상이 미쳤다고 말하지 않는다. 세상이 미치지 않았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가 미치지 않았다고 해서 미치지 않은 게 아니죠. 미치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미쳤다는 얘기 밖엔 안 돼요.” 개인은 스스로 제정신인지 네정신인지 구분할 권리가 없다. 타인이, 사회가, 체제가, 국가가, 세상이, 누가 미쳤고 누가 미치지 않았는지를 정해서 일러줄 뿐이다. 그 규칙을 따르는 자는 정상인이고 따르지 않는 자는 셔터 아일랜드로 가야 한다. 테디는 온갖 환영에 시달린다. 하지만 환상이 아닌 기억이 하나 있다. 2차 대전에 참전해서 독일 유태인 수용소를 해방시켰을 때 일이다. 산처럼 쌓인 시체와 독일군 병사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난사해버렸던 기억들은 악몽이 아니다. 테디는 세상이 미치지 않았다고 정의한 자들의 미친 짓거리들을 목도한 자다.

<셔터 아일랜드>는 마틴 스콜세지의 필모그래피에서 오히려 범작의 범주에 넣을 만 하다. 한창 때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창조했던 <택시 드라이버>의 절규하는 광기를 애써 기억해낸다면 두 말할 것도 없다. 마틴 스콜세지는 <택시 드라이버>에서도 <셔터 아일랜드>와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 그 땐 훨씬 용감하고 과감했다. 늙고 노련해졌다고 미화할 여지도 없다. 데니스 루헤인의 다른 소설인 <미스틱 리버>를 영화화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 때 이미 일흔 세 살이었다. 마틴 스콜세지는 처음 <셔터 아일랜드>의 시나리오를 읽고 밤을 새며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그가 여전히 세상의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일에 열정을 느낀다는 건 존외할 일이다.

2010년 4월 2일 금요일 | 글_신기주(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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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ang003
박수가 나오는 영화   
2010-05-17 09:37
kkmkyr
머리 아팟어요   
2010-05-08 15:46
mimikong
과연 세상에 진실이란게 존재하는 건가요? 셔터 아일랜드 = 대한민국 쥐트릭스   
2010-05-04 10:47
hrqueen1
세상의 진실과 거짓. 그걸 말하는 건 많아도 그걸 구분해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2010-04-18 15:38
seon2000
잘봤어요   
2010-04-15 01:29
again0224
잘봤습니다   
2010-04-14 12:43
sphere20
재미있습니다.   
2010-04-06 08:49
kisemo
기대   
2010-04-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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