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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한 발자국을 떼겠다고 마음먹는 것
크레이지 하트 | 2010년 3월 2일 화요일 | 최승우 이메일


57살의 배드 블레이크(제프 브리지스)는 한때 잘 나가던 컨트리 뮤직 스타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 술에 절어 근근이 살아가는 퇴물 가수로, 수차례의 결혼 실패와 오랜 방랑 생활로 이제는 에이전트의 등살에 못 이겨 지방을 전전하며 소규모 공연으로 연명하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 진(메기 질렌한)과 사랑에 빠진 배드는, 그녀와 그녀가 홀로 키우는 4살 날 아들 버드와의 만남에서 잊고 지냈던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재기의 의지를 불태우는 그의 앞에 놓여있는 초라한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다.

토마스 콥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크레이지 하트>는 빔 벤더스의 <돈 컴 노킹>과 닮은 구석이 있는 영화다. 한 남자의 황폐하고 공허한 내면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것을 치유하는 처방전을 힐끗 보여준다는 공통점에서 그러하다. 그들이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과정, 그걸 뒤늦게 깨닫고 삶으로 통합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배드 블레이크의 인생은 그야말로 막장이다. 낡은 클럽과 술집에서 올드 팬들이나 알아보는 정도이며, 심지어 볼링장에서도 공연을 한다. 탁월한 송 라이터였지만, 몇 년 째 한 곡도 쓰지 못하고 있다. 그가 피하고 외면하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면, 바로 가족과 토미 스윗(콜린 파렐)이다. 토미는 한때 배드가 키워낸 수제자였으며 지금은 주류 팝계를 주름잡는 젊은 스타다. 토미와 불편한 관계가 된 배드는 토미의 공연 오프닝 무대에만은 설 수 없다고 에이전트에게 잘라 말한다. 그것은 뮤지션으로서의 프라이드가 아닌, 그저 자격지심에 불과한 고집으로 들린다. 사실 토미가 제안하는 거액의 곡 작업료를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돈이 궁한 상태다. 그는 아버지 없이 자라는 진의 아들 버드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준다. 이것 역시 자신이 예전에 버렸던 여자와 그의 아들에 대한 자격지심이며, 도피다.

영화는 배드가 피하고 싶었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자신 스스로와 화해하고 용서하게 되는 과정을 인위적이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그린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구원한다는 단순한 진리지만,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도식적이고 빤한 결말이 아니다. 싱글맘인 진 역시 배드와 마찬가지로 사람에 상처받고 지쳐 있다. 배드는 본의 아니게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도 상처를 받으면서, 진이 떠나버린 사건을 계기로 악순환을 벗어나 자신을 정면으로 돌아볼 용기를 얻는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또 사람이 변화하는 과정은 의외로 드라마틱하거나 고상하지 않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어느 날 자신 안의 불가사의한 힘을 느낄 뿐이다.

배드는 술을 끊고 재기한다. 토미는 배드가 만든 신곡을 존경의 마음을 담아 부른다. <크레이지 하트>는 실타래를 풀 듯 과거와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배드를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그의 여정을 완성형으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그가 얼마나 멋지게 재기하느냐, 진과 재결합을 할 것이냐는 알 수 없다. 배드가 25년 만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가 냉대를 받고 상심하며 자책할 때, 진은 말한다. “지금까지는 잘못한 게 맞지만 전화를 걸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 말에 영화의 모든 게 함축되어있다. 그의 여정은 한 발자국을 떼었을 뿐 아직 진행형이다.

2010년 3월 2일 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제프 브리지스만으로도 이미 흡인력이 있다
-컨트리 음악이 이렇게 좋았다니
-이음새 없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잔잔한 드라마
-알콜 중독, 실패한 인생, 재기… 사실 기존 영화들을 통해 너무 익숙해진 화두이긴 하다
-컨트리 음악에 매력을 못 느낀다면 재미가 조금 깎일지도
19 )
hujung555
ㄷㅅㅅ   
2010-03-03 00:26
kaminari2002
오늘보고 컨트리 이렇게 듣기좋다는 걸 첨 알았죠   
2010-03-02 22:56
kwyok11
매끄럽게 다듬어진 잔잔한 드라마   
2010-03-0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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