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삶이 보장된 좋은 직장에 다니는 ‘배리’. 하지만 디스코 음악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그는 땅 속 마을에서 ‘슈퍼스타 콘테스트’가 열린다는 소식에 밴드를 모집한다. 이렇게 해서 모인 멤버는 배리의 오랜 친구이자 베이시스트인 뚱뚱보 ‘티토’, 얼굴은 예쁜데 음치인 ‘글로리아’, 돈이 없어 기타는 사지 못하고 케이스만 들고 다니는 헤비메탈 마니아 ‘지미’, 정신적 지주인 ‘도나’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지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인기가수 토니의 방해공작으로 밴드는 콘테스트 탈락 위기에 처한다. 게다가 배리는 짝사랑하는 글로리아가 토니의 거짓 사랑에 속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왜 안 나오나 했다. 거미(<스파이더 맨>), 개미(<벅스 라이프>)가 나왔고, 쥐(<라따뚜이>)도 나왔는데, 지렁이는 왜 깜깜무소식인가 했다. <춤추는 꿈틀이 밴드>는 징그러움의 대명사인 지렁이를 내세운 영화다. 그것도 춤추고, 노래하는 지렁이들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듯, 지렁이는 약한 존재의 대명사다. 많은 이들에게 한낱 미물로 여겨지는 이들은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조차 멸시를 당한다. 짐작은 하겠지만 이런 설정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다소 뻔하다. 무시당하고 천대 받던 지렁이들이 결국은 타인의 선입견을 넘어서 성공한다는, “옛날옛날 한 옛날에~”가 깔리면 ‘딱이다’ 싶은 교훈적이고 익숙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지렁이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는 상상은 덴마크의 토마스 보르히 닐슨 감독에 의해 구현됐다. ‘펩시’, ‘칼스버그’ 등의 CF를 만들어 온 그는 아스팔트 위를 위험천만하게 기어 다니는 지렁이들에게 영감을 얻어 그네들을 캐릭터 화했다. 특히 주인공 배리는 80년대 디스코의 제왕이었던 존 트라볼타를 벤치마킹 했다고 하는데, 그에 걸맞게 ‘부기 원더랜드’(BOOGIE WONDERLAND),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와이 엠 씨 에이’(YMCA) 등의 귀에 친숙한 디스코 음악들이 영화를 빽빽이 채운다.
사실 이런 영화가 나오면 단점보다는 장점을 말해줘야 할 것 같고, 혹평을 하면 괜히 ‘순수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들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춤추는 꿈틀이 밴드>는 그리 사랑스러운 영화는 아니다. 오래전 세대들이야 <춤추는 꿈틀이 밴드>같이 세련되지 못해도 소박함이 묻어나는 아날로그적인 그림에 열광했을지 모르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나 3D 입체 만화에 익숙해져 있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착하디착한 이 만화 영화가 ‘과연 시장성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누군가는(아마 홍보사겠지) 영화 속에 흐르는 추억의 올드팝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하던데, 올드팝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그 역시 큰 힘이 발휘 될 요소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올드팝의 정서를 기억하는 어른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라고? 에이, 별 말씀을. 그러기엔 그림과 메시지가 조금 유치하잖아. 그러고 보니 <춤추는 꿈틀이 밴드>는 영화의 공략 층이 다소 애매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2010년 2월 3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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