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근친상간, 난교, 완전범죄 등 자극적인 소재만을 다뤄온 프랑소와 오종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내놨다. 로즈 트레멘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리키>는 지금까지 그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며 희망을 꿈꾸기도 하고, 고단한 생활 속에서 작은 웃음도 보여준다. 스스로는 전작과 역행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지만, 그래도 이건 프랑소와 오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독특한 시도와 전개 방식은 살아있지만, 낯설긴 하다.
공장에서 일하는 싱글맘 케이티(엘렉산드라 라미)는 같이 일하는 파코(세르지 로페즈)와 사랑에 빠지고 동거에 들어간다. 어려운 형편에도 사랑을 키우던 두 사람에게 리키(아르튀르 뻬아레)가 태어난다. 하지만 우연히 리키의 등에 난 상처를 발견한 케이티는 파코의 폭력을 의심하고 결국 파코는 떠나고 만다. 어렵게 7살짜리 딸 리자(멜루신느 메이야스)와 리키를 키우던 케이티는 리키의 등에 난 상처가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날개가 돋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날개 달린 리키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케이티. 그러던 중 파코가 다시 돌아오고, 가족은 방송국에 리키를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촬영 당일, 케이티의 실수로 리키는 하늘 멀리 날아가 버린다.
<리키>는 날개 달린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사랑으로 리키를 만든 케이티와 파코. 오해로 인해 이별을 하고 케이티는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지지만, 특별한 존재인 리키를 보고 희망을 얻는다. 적은 액수지만 복권에 당첨되고, 파코가 다시 돌아오는 등 희망하던 일들도 일어난다.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존재인 리키. 하지만 마트에서 우연히 노출된 리키의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결국 방송에 출연하는 리키. 녹화 당일 사고로 가족을 떠나게 되지만, 남은 가족들은 더욱 끈끈한 애정을 갖게 되고 케이티는 다시 임신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재미있는 설정은 자신의 아이가 날개 달린 아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걱정을 하거나 곤란한 상황으로 생각하지 않고, 특별한 아이를 더욱 소중하게 대한다. 노출되지 않기 위해 집 안에서만 있느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웃음을 주고, 고단한 환경 속에서 피어나는 미소는 가족들의 생활도 바꿔 놓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 모든 이야기가 꿈같이 느껴진다. 특히 케이티가 리키를 잃은 호숫가에서 리키의 환상을 보는 부분에서는 이야기 자체가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평소에도 여성이나 여성의 심리에 관심이 많았던 프랑소와 오종이 이번에 집중한 부분은 모성애다. 파코의 부성애도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케이티의 모성애는 영화의 중심을 잡아나간다. 주목할 것은 케이티를 연기한 알렉산드라 라미. 그녀는 코미디 배우로 널리 알려졌지만, 생활고에 찌들고, 사랑을 떠나보내고, 특별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복잡한 심정을 훌륭하게 해낸다. 특히 7살짜리 딸 리자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첫눈에 반한 파코와 화장실에서 갑작스럽게 관계를 갖는 등 즉흥적인 삶을 살던 그녀가 리키를 통해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리키>는 프랑소와 오종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기는 어려운 영화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그를 지지하는 관객이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리키>는 기존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렉산드라 라미의 연기, 날개달린 리키의 판타지, 모성애와 부성애 등 다양한 요소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아쉬운 부분은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판타지 요소에 가려 크게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엄마와 아빠가 되기 시작하는 이들의 불안과 낯선 느낌이 리키의 날개에만 집중돼 적절하게 그려지지 못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로서의 가족을 다루고는 있지만, 특별한 존재를 통한 특별한 해결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2010년 2월 3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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