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화시장과 새로운 형식
세계적인 리서치 회사인 스크린다이제스트의 선임 연구원 샬롯 존스로 시작된 1부 발제는 3D 입체영화 시장의 현재와 발전 가능성에 대한 전망으로 전개됐다. 이어 Imagica의 하이바라 미츠하루, 영화진흥위원회 이왕호 과장, 스테레오픽쳐스의 성영석 실장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시장 분석으로 시작된 발제는 2D를 3D로 전환하는 컨버팅 작업에 대한 얘기까지 옮겨져 제작비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인 부분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먼저 3D 입체영화의 전제 조건인 디지털 시네마 시장은 2006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은 전체 스크린의 70%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등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 빠른 변화를 포함해 2009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에 111,800개의 스크린이 디지털로 전환됐는데, 여기에는 2005년 DCI(Digital Cinema Initiative)가 디지털 시네마 시스템 규격을 조치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3D 입체영화 상영시스템도 꾸준히 증가해 5년 뒤에는 전체 스크린의 25% 정도가 3D 입체영화 상영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상영 시스템이 늘어나는 것에는 컨텐츠의 등장도 한 몫을 한다. 3D 입체 애니메이션인 <볼트> 개봉 당시에는 2,000개 정도이던 3D 입체영화 상영관이 2009년 <몬스터 vs. 에일리언> <UP> <아이스 에이지 3> 등의 연이은 개봉으로 인해 5,400개까지 늘어났다. 가장 많은 상영관 수를 확보하고 있는 북미 지역에 이어 중국, 영국, 프랑스 등도 빠른 속도로 3D 상영관을 늘려가고 있다. 영국은 전체 디지털 상영관의 70%가 3D 상영관이고, 러시아와 멕시코의 경우는 100%다. 우리나라는 아직 20%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일본은 현재 3,380개의 3D 입체영화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8년에 비해 2.5배나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영화뿐 아니라 스포츠, 콘서트, 극장 광고 등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어 더 넓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텐츠는 아직 애니메이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9년까지 3D 입체영화에서 애니메이션의 비중은 60% 이상이었지만, 이후로는 조금씩 낮아져 5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자리는 공포와 액션, SF와 공연실황 등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 몬타나와 마일리 사일러스> <U2 3D>와 <블러디 발렌타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등의 등장은 장르의 폭을 넓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비록 10~15% 정도 제작비가 추가되지만, 3D 입체영화의 높은 수익은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다. 특히 2D와 3D 모두로 상영한 영화의 전체 수익 중 3D 입체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기 때문에 많은 제작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드웨어의 확산은 소프트웨어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3D 입체영화는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옮겨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자연스러운 변화이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제작비와 기술 부족 등으로 인해 아직은 제작 편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역시 자본, 기술 표준화, 결과의 불확실성 등을 불안요소로 꼽는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는 재정지원, 제작가이드 확립, 입체영화 제작자에게 기술 협력을 지원하는 등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학계와 산업계, 현장 인력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3D 입체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제작보다 현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컨버팅 기술이다. 아직 제작 장비와 기술적인 노하우가 없는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3D 입체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기존 2D 영화에 비해 약 10배 정도의 제작비가 든다는 견해가 있다. 그런 이유로 최근 2D를 3D로 컨버팅하는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영화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15%, 실사의 경우는 30~40% 정도의 추가 비용으로 2D를 3D 입체영화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타이타닉> <매트릭스> <300> 등의 작품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3D 입체영화로 재개봉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컨버팅 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3D 관련 기술 및 후반작업
2부는 3D 입체 장비 전문가인 플로리안 마이어와 <U2 3D>를 제작한 3ality의 스티브 쉬클레어, 레드로버의 김정회, AZ 웍스의 김기석의 발제가 이어졌다. 관련 기술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섹션답게 기술 전문가들의 복잡한 설명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 3D 입체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들의 현실적인 적용 사례와 활동 범위는 더 이상 3D 입체영화가 먼 미래, 딴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절감하게 했다.
3D 영상의 촬영장비는 결과물의 사실적인 표현에 맞게 발전해 왔다. 처음에는 그저 양쪽 눈과 같이 카메라 렌즈를 양 옆으로 나란히 설치하는 평행 배열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실제 눈과 같아지기 위해 6cm 간격으로 렌즈가 자리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러다가 나온 것이 카메라를 수직으로 교차시키는 직교 배열. 반투명 거울인 하프 밀러를 통하는 탓에, 빛의 양을 적절히 맞출 수 있는 하프 밀러의 성능이 중요해졌다. 직교 방식은 현재 대부분의 실제 촬영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이를 토대로 약간의 변형을 두어 3D 촬영의 성능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아마도 12월 개봉 예정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공개된 이후에 촬영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의 3D 장비 전문가인 플로리안 마이어는 3D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단언했다. 과거 유성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유성영화가 무성영화를 대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3D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본이나 기술이 안정화를 가져오면 3D는 전체 영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우리가 무성영화나 흑백 영화를 보며 과거를 떠올리듯 우리의 아이들은 2D 영상을 보며 촌스럽다고 느끼는 날이 올 것이다.
3ality의 스티브 쉬클레어는 기술도 문제지만, 내용이 재미없으면 결국 3D도 인정받기 힘들다는 전제를 재확인시켜줬다. 기술의 발전으로 불가능하던 일들이 가능하게 되겠지만, 컨텐츠는 기술력 이전에 창의력이 우선돼야 하는 부분이다. 여전히 3D를 단순한 이벤트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그는 최근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에도 3D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세팅만 3일이 걸려 현실적인 작업이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40~50개 정도의 셋업이 가능해 드라마 촬영에도 무리가 없으며, 심도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생방송 스포츠 중계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 그는 영화 외에도 미식축구와 복싱 등의 스포츠 중계를 3D로 촬영했으며, <척>이라는 드라마를 3D로 촬영하고 있다. 비록 3D 디스플레이가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라 방송 송출은 2D로 하고 있지만, DVD에는 3D 영상을 함께 담아 출시하고 있다.
가정에서 3D 입체영상을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씩 3D 전문 채널이나 방송도 자리를 잡고 있다. 영국의 스카이TV는 풀타임 3D 채널을 서비스할 계획이고, 미국과 아시아에서도 3D 채널이 편성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처음의 인상이다. 3D 입체영상으로 송출되는 스포츠나 드라마에서 약간의 실수라도 발견되면, 쉽게 “아직 3D는 시기상조다”, “3D 영상이 더 안 좋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방송의 경우는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력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날 마지막에 상영된 3D 공연 영화 <U2 3D>는 스티브 쉬클레어의 작품으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3D가 일반화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리지만, 디지털 방송이 자리를 잡고 HDTV가 각 가정에 들어오는 시대적인 특성은 3D 영상의 활성화에 유리한 조건이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컨텐츠와 3D 안경이 합리적으로 보급된다면 3D 입체영상의 보급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배급과 디스플레이
사실 디스플레이 시장의 3D에 대한 관심은 다른 어느 영역보다 더 크다. 3D TV는 이미 53년 전에 시작됐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그랬던 것이 최근 3년 사이 엄청난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TV뿐만이 아니다. 영화도 적절한 디스플레이와 만나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세 번째 섹션은 강배근 LG전자 상무와 이영훈 마스터이미지 대표, Ireal의 레이몬드 김의 발제가 있었다. 이들은 3D 디스플레이의 현재와 미래, 더 나아가 홀로그램 영역으로까지의 확장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3D TV는 보급 속도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 시장은 3D에 대한 큰 관심으로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고, 중동 시장 역시 3D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단지 TV만이 아니다. 각종 전자 제품과 광고, 의료분야까지 3D 디스플레이의 활용은 그 영역이 매우 넓다. 하지만 컨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디스플레이가 너무 앞서갈 수는 없는 일. 최근 3D 컨텐츠가 크게 유행하면서 하드웨어 역시 힘을 받고 있다. 영화는 물론 TV 방송과 게임 등 영상문화의 전 영역에서 3D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3D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아마도 3년 이내에 대표적인 TV 브랜드들이 3D TV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더 했다.
|
많은 3D 컨텐츠 중 가장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은 영화다. 마스터이미지의 이영훈 대표는 영화 상영 시스템에 대한 설명과 마스터이미지의 역할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다. 2004년 설립된 마스터이미지는 3D 입체 영상 선두 기업. 세계적으로 리얼D, Xpand, 돌비 등과 경쟁하며 그 영역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좋은 기술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또한 영화 상영 외에도 휴대폰의 3D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고, 3D 카메라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영화 포털인 무비스트를 세계 최초의 3D 전문 포털로 운영할 계획도 밝혔다.
과거 이미지만 보던 시절에 컬러와 해상도의 개념이 생겼고, 최근에는 입체감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됐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는 대상이 조금씩 더 사실적으로 보이길 원했고, 그에 맞게 발전해왔다. 3D 영화는 2009년 17편이 개봉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3D 상영관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전체 디지털 시네마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 역시 2012년까지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와 거장 감독들이 3D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3D 상영관 시스템을 설치하는 기업은 4곳이다. 리얼D는 셔터 LCD 필터 방식으로 외부 장착이 가능하지만 영상에 오차가 생겨 고스트 버스티드 기능으로 잔상을 없애야 한다. 돌비는 프로젝터 내부에 장착해야하는 부담이 있고, 3D 안경이 편광 방식이 아닌 RGB 주파수를 나누는 방식이라 안경 제작과 관리에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 또한 빛 손실이 많아 오리지널 영상이 어둡게 보이는 단점이 있다. Xpand는 외부 장착형으로 설치에 부담은 없지만 3D 안경 자체적으로 좌우영상을 분리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필요하다. 마스터이미지는 이러한 기업들의 장점을 모두 모았다. 외장형의 간편함, 편광 안경과 실버 스크린의 궁합으로 가장 좋은 영상을 제공하며, 3D 영상에도 밝기가 가장 높고 잔상 감소율도 크게 개선됐다. 또한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수해 최근 할리우드와 유럽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3D 디스플레이는 아직 무안경 시스템으로 가기에는 다소의 기술력이 더 필요하다. 현재 3D 무안경 디스플레이가 출시된 상태로 TV나 휴대폰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시야각이 좁다는 약점이 있다. 또한 영화 역시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고 새로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경을 착용하고 관람해야 한다는 부담과 컨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속도가 조금은 더딘 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3D로 컨버팅이나 우수한 3D 촬영 카메라의 개발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과정은 더 빠르게 전개될 것이다.
3D 입체영상 시대는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이미 미국은 3D 컨텐츠를 제작해 TV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우리나라 역시 내년 하반기에는 방송을 통해 3D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비록 3D TV가 보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지만, 이렇게 조금씩 벽을 허물어 나가는 과정에서 하드웨어의 보급과 발을 맞춘다면 3D 입체영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의 영상문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고화질 영상을 뛰어넘는 궁극적인 생동감과 사실적인 영상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 부산 취재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