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곁에>는 <너는 내 운명> <그 놈 목소리> 이후 박진표 감독의 휴먼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에이즈와 유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루게릭병을 소재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또한 소재의 특이성과 더불어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직설화법을 사용해 관객에게 슬픔을 전한다.
하지만 <내 사랑 내 곁에>는 전작들의 비해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해지지 않는다. 극중 주인공들의 사랑은 관객에게 슬픔의 감정보다는 고통의 감정을 더 많이 갖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빠지고 정신도 혼미해지는 종우의 모습에 관객들은 루게릭병의 고통을 간접 체험한다. 더불어 그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는 지수의 모습에서도 점점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실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이 둘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사랑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아닌 사랑 때문에 그 고통을 받는 거라 생각할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알려진 루게릭병이 사랑을 잠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영화에 시선을 뗄 수 없는 건 김명민의 연기 덕분이다. 루게릭병에 걸린 종우역을 위해 점점 살을 빼 나갔던 그의 노력은 영화에 잘 드러난다.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그의 눈빛연기와 비관 섞인 대사톤, 앙상한 몸과 체중계에 명시되는 그의 몸무게 등 요소 하나 하나가 모여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지수는 종우에 대한 사랑과 현실의 삶에 대한 딜레마를 보여주며 죽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의 고뇌를 전한다.
박진표 감독의 영화는 현실의 일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들이기에 동화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멜로 요소를 삽입하여 관객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결과적으로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자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하지만 그만의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함께 울고 웃으며 삶과 사랑에 대해 헤아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내 사랑 내 곁에>를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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