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뉴스 쇼 ‘굿모닝 새크라멘토’를 연출하는 방송 PD 에비(캐서린 헤이글). 솔로인 그녀는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를 외모보다는 마음을 중시하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삼고 있다. 새로운 코너 ‘어글리 트루스’의 진행자 마이크(제라드 버틀러)는 그녀의 핑크빛 이상에 찬물을 끼얹는 남자. 심야TV쇼의 섹스카운셀러로 활동하다 인기를 얻자 에비의 뉴스 쇼에 출연하게 된 마이크는 남자의 관심사는 오로지 섹스뿐이라며 방송가뿐 아니라 애비의 마음을 뒤집어 놓는다. 하지만 일과 달리 연애에 젬병인 애비에게 마이크가 연애조언을 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에비와 마이크는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다. 에비는 연애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육체적 관계가 아니라 정신적 교감이라 생각하며 남자들의 질펀한 농담이나 외모지상주의를 혐오한다. 반면 입만 열면 성적인 은어, 속어를 남발하는 마이크는 남자가 여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오로지 섹스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에비는 식물성 여자 마이크는 동물성 남자인 셈이다. 당연히 둘은 초면부터 아옹다옹한다. 진행자와 연출자로 만나기 전 이미 마이크의 선정적인 심야 쇼를 봤던 에비는 초면 자리에서도 적개심을 갖고 마이크를 대한다. 에비의 웬만한 비난에는 끄떡 안하는 마이크는 에비에게 오히려 재미를 느끼며 남자는 모두 짐승이며 절대 길들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못 박는다. <어글리 트루스>는 로맨틱 코미디답게 둘의 다툼 아닌 다툼을 톡톡 튀는 화법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 화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만과 편견’에 휩싸인 남녀가 티격태격 하는 귀여운 다툼을 우리는 숱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보지 않았던가. 식상한 주재료에 새로운 양념역할을 하는 것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서 알 수 있듯이 19금 유머다.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여주인공이 수위 높은 몸 개그를 펼치는 <어글리 트루스>는 성인남녀를 주인공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춘기적 로맨스를 보여줬던 그간의 로맨틱 코미디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하지만 성적 입담이 세고 노출신이 있다고 섹시함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여전히 부모님 몰래 볼 청소년 관객을 의식한 듯 감성과 표현에 있어서 적정한 수위를 지킨다. 초반의 의지는 뒤로 갈수록 말랑한 감성으로 대체 된다. 하지만 그 이음새가 매끈한 것은 아니다. 영화가 새로운 시도와 장르의 관습 사이에서 우왕좌왕한 탓이다. 화끈한 소재와 달리 전체적으로 영화가 단조로워 보이는 이유다.
영화의 재미를 살리는 것은 마이크의 연애코치와 그를 통해 설파되는 남자들의 속마음이다. 마이크는 에비의 연애상담을 하면서 남자들의 진짜 마음을 풀어놓는다. 나를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은 남자가 왜 연락을 먼저 안 하는지, 첫 만남과 두 번째 만남에서 왜 남자들의 반응이 그토록 다른지 등등. 비록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연애기술서 덕에 전혀 생경한 사실은 아니지만 남자의 변덕에 대처하는 여자들의 행동양식과 남자의 습성에 관한 정보는 다시 봐도 유용하다. 마이크는 에비에게 남자가 먼저 전화 걸게 하는 법, 첫 데이트에서 다음 데이트 약속을 잡아내는 법, 프로포즈 받는 법 등 나름의 비법들이 등장하니 여성관객이라면 메모는 필수다.
솔직, 화끈한 마이크는 모처럼 남성관객이 감정이입할만한 로맨틱 코미디의 히어로. <300>(2008)에서 살인적인 복근을 과시한 제라드 버틀러는 마이크를 통해 이 시대의 마초남임을 다시 한 번 인증한다. 새침하면서도 엉뚱한 에비로 분한 캐서린 헤이글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로맨틱 코미디의 히로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금발이 너무해>(2001) <내 생애 최고의 데이트>(2004) <퍼펙트 웨딩>(2005)의 로버트 루케틱 감독이다.
2009년 9월 14일 월요일 | 글_하정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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