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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약혼녀에게 감동적인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앤더슨(제이슨 빅스). 하지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고백 도중 심장마비로 약혼녀는 죽음을 맞이하고 그는 1년 동안 폐인처럼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식사를 하게 된 앤더슨은 레스토랑에서 처음 본 웨이트리스 케이티에게 장난어린 내기성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 그러나 케이티는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얼떨결에 그들은 사랑을 시작한다.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인다. 성격이 다른 두 남녀의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해피엔딩을 이룬다는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화장실 개그를 끌어들여 멜로에 치중한 여타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차별성을 둔다. 한 겨울 프로포즈를 위해 여자속옷을 입거나, 눈물, 콧물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등 감독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볼 수 있었던 페럴리 형제 코믹 요소를 그대로 차용한 듯한 상황을 연출한다. 그러나 개연성 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이런 장면들은 관객에게 재미보다는 허탈감을 안겨 준다.
로맨스 측면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극중 주인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중요성을 느끼고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한다. 영화는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은 채 속전속결의 진행으로 해피엔딩만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아메리칸 파이>시리즈를 통해 괴짜 캐릭터를 선보였던 제이슨 빅스와 <쇼퍼 홀릭>에서 다소 엉뚱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아일라 피셔는 언뜻 최적의 캐스팅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 영화를 보면 그들의 매력을 찾아 볼 수 없다. 배우와 극중 캐릭터의 부조화는 결과적으로 감독의 연출력 부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는 로맨틱 코미디를 차용만할 뿐 장르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다. 코미디언 출신인 감독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들의 애틋한 사랑보다는 여러 인물이 얽히고 설키며 엮어나가는 상황극에 집중한다. 멜로와 코믹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한 감독의 어설픈 솜씨에 로맨틱 코미디의 맛은 사라진다.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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