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영화사 백두대간(이하 백두대간)의 예술 전용 극장 ‘씨네큐브 광화문’이 <디스 이즈 잉글리쉬>의 상영을 마지막으로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운영을 중단한다.
백두대간은 1995년 <희생>, <천국보다 낯선> 등 국내 최초의 예술 영화 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을 기획하여 우리나라에 예술영화 붐을 일으켰다. 이후 2000년부터 씨네큐브, 2008년부터 이화여대 교내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를 운영해 왔다.
백두대간은 2010년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씨네큐브 리노베이션 마스터 플랜을 세우며,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던 중 씨네큐브 운영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10여 년간 예술 영화사업 환경의 침체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근본적인 원인이다. 백두대간은 “계약상으로는 2015년까지 6년간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씨네큐브 운영을 중단해달라는 흥국생명의 요청을 받았다. 백두대간 구성원들끼리 의견을 나누어본 결과 차라리 씨네큐브 운영을 중단하고 아트하우스 모모의 운영에 매진하는 편이 좋겠다는 합의가 이루어져 운영을 중단하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서상으로 백두대간과 흥국생명이 공동 운영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실제적으로 백두대간은 건물 임대관리비와 매수표와 영사실 인건비를 제외한 영화수입/홍보마케팅/극장기획 및 관리/인건경상비 등 모든 재정과 운영 책임을 떠맡고 독자적으로 운영해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흥국생명과는 1년 단위로 정산하였고 5:5로 수익을 배분하거나 적자가 나는 경우 100% 백두대간이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이에 부가 판권의 판매 등을 통해 극장 운영 부문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그나마 부가판권 시장의 붕괴로 점점 더 힘들게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씨네큐브는 개관 이래 연 평균 18만 명 정도의 관객 수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지난 2001년 단관 개봉으로 5만 6천 명이라는 기록적인 흥행을 이룩한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은 지난 10년 동안 씨네큐브 최다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또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타인의 취향>, <브로크백 마운틴> 등 세계 영화사의 걸작들과 동시대의 수작들로 엄선된 백두대간의 35미리 필름 라이브러리는 현재 150 편에 이른다.
2012년까지 개봉할 작품들을 이미 수입해 놓은 상태이기에 씨네큐브 운영 중단으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백두대간은 “어떤 희생을 치루고 역경이 닥치더라도 15년간의 노하우와 색깔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더욱 발전적으로 실현시키겠다.”며 예술영화 저변화를 향한 그 초심을 다시금 다짐했다. 여러 모로 씁쓸한 상황이지만 백두대간의 힘찬 재도약을 기대해본다.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