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속설처럼 여겨졌던 ‘전편만한 속편 없다’라는 말은 이제 틀렸다. 못 만들어 내는 게 없는 할리우드 영화가 이제 영화계 속설마저도 하나둘씩 깨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 우리나라 극장가 역시 제대로 장악중인 할리우드의 속편영화들. 그 중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거워할 만큼 강력한 재미를 지닌 한 놈이 나타났다. 바로 벤 스틸러 주연의 <박물관이 살아있다2>(이하 <박물관2>)가 그 주인공이다.
3년 전, 기발한 박물관 이야기로 국내에서도 460만 명이라는 대단한 관객동원을 이룬 바 있었던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가 보다 더 버라이어티해진 속편을 선보였다. 무능한 아빠에, 별 볼일 없는 야간 경비원이었던 주인공 ‘래리’는 잘 나가는 CEO가 되었고,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그 친구들은 여전히 밤마다 살아나고 있다. 그런데 자연사박물관의 근대화 결정으로 구식 전시물들은 모두 수도인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옮겨지게 되고, 순식간에 상자에 담겨져 창고 신세를 지게 된 박물관 친구들을 위해 래리는 다시한번 흥미진진한 모험을 결정하게 된다.
전편의 세계적인 흥행을 입증이라도 하듯 일단 스케일부터가 제대로 커졌다. 일단 배경을 세계 최대 규모의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옮겨 간 것부터 그렇다. 여기에 덧붙여 항공우주박물관까지 살려내며 영화는 무궁무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야말로 생각만 하는 조각상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명석하지만 너무 촐싹 맞은 아인슈타인 대두인형, 최초 우주 비행 원숭이 ‘에이블’, 듬직한 링컨 대통령 기념비와 해저 2만 리의 대왕 문어, 각종 전투기의 모형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과 전시물들만 보고 있어도 2시간이 금세 지나갈 정도다. 또, 주인공 래리가 ‘세기의 키스’로 불리는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의 흑백그림 속으로 들어가 사진 속 여성과 키스를 나누고, 눈싸움을 하는 그림 속 아이들이 래리의 얼굴에 눈을 던지는 장면들이나 고대부터 중세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볼거리를 융합한 판타지 역시 영화의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편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풍성한 볼거리들뿐만 아니다. 전편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그만큼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들과 벌이는 대결과 모험담 역시 흥미진진하다. 도전적인 여류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등장과 함께 전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래리의 특별한 로맨스가 그려지고, 야심을 품은 이집트의 파라오 카문라와 그 일당인 ‘폭군 이반’, ‘나폴레옹’, ‘알 카포네’가 래리와 대결하는 이야기가 새롭게 꾸며진다. 물론, 전편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등장 캐릭터들과 정신 사나울 정도로 시끌벅적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한편으로 어수선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오락영화임을 감안한다면 그리 신경 거슬릴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가족영화로서의 성격을 띠는 할리우드 영화라 하면 언제나 고리타분해 보일정도의 교훈적 메시지를 담은 마무리가 빠지지 않는다. 영화 <박물관2> 역시 크게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라는 톡톡 튀는 발상을 이어가는 마무리 역시 마지막까지 미소를 머금게 해준다. 워낙 왁자하고,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하다보니 차분한 마무리가 다소 급한 느낌도 있지만, 어른과 아이들이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재미와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전편보다 조금 더 나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확실한 가족 오락영화 <박물관2>는 이래저래 우울한 뉴스들만 들리는 요즘, 극장을 가도 마땅히 웃을만한 영화가 없다고 투정부리는 분들에게 오랜만에 강추(!) 할 만한 영화라 하겠다. 단돈 7천원으로 박물관 구경도 하고, 할리우드의 그래픽 기술도 만끽할 수 있으니 본전 걱정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Tip. <스타워즈>의 악당 ‘다스베이더’의 굴욕적인 등장, 랩퍼로 변신한 큐피트 삼총사가 들려주는 감미로운 러브송 메들리, 이번엔 흉상과 홀로그램으로까지 깜짝 등장해 주신 테디 루즈벨트 역의 로빈 윌리암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보너스로 등장해준 희대의 발명가까지!! 절대 놓치지 마시길..^^
2009년 5월 27일 수요일 | 글_김진태 객원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