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관람안내! 가슴 절절한 생태와 생명의 가치
살기 위하여 | 2009년 4월 13일 월요일 | 하성태 이메일


한 여인이 하염없이 절규하고 있다. 갯벌을 바라보며 구슬프게 울고 있는 이 여인에게 무슨 일이 벌어 진 걸까. 또 한 아비가 초등학생 딸에게 “너는 법관이, 판사가 되지 말라고”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다. 철학자가 되라고, 시인이 되라고 하소연을 하던 그는 “내가 지금 이 어린 아이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냐”며 한탄 한다. 누가 이들을 이런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나. 누가 이들에게 이러한 자괴감을 심어주었나.

<살기 위하여>의 주인공은 전북 부안 계화도 주민들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새만금 사업에 살 터전을 잃고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계화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계획이 발표된 이후, 1991년 본격적으로 첫 삽을 뜨기 시작한 1억 2천만 평 규모의 간척사업.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부안군 주민들이 합심해 정부와 지난한 투쟁을 벌여왔지만, 해가 바뀌고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이 새만금 사업의 진행은 철회되지 않았다. 시종일관 상업용지와 식량단지가 확보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 온 정부는 이러한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한 채 갯벌 본연이 갖는 생태, 생명의 가치와 어민들의 터전 마련은 무시해 왔다. <살기 위하여>는 2006년 3월 대법원이 새만금 공사에 관해 정부의 손을 들어줬던 판결의 전후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루하고 빤한 환경 다큐멘터리라 속단할 수 있지만, <살기 위하여>는 그 보다 폭넓고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 영화는 우리가 까맣게 모르고 있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갯벌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그건 비단 계화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민들이 ‘그레질’을 해서 잡은 생합과 물고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갯벌은 그 자체로 ‘생태’에 대한 명징한 상징이 되어준다. 자연스레 바다로 가는 물길이 트이고, 철새가 서식하고, 어패류가 서식했던 이 곳 새만금은 개발과 발전, 경제라는 미명하에 쉽게 파괴해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2000년부터 이 곳 새만금에서 터전을 잡고 10년간 <어부로 살고 싶다> 연작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이강길 감독. 그는 <살기 위하여>에서 계화도 어머니들의 얼굴에 카메라를 근접시킨다. 허울 좋은 대책위를 만들고, 정부와 협상이나 벌이는 남자들과 달리 이 어머니들은 새만금의 근원적인 필요성을 몸으로 체득한 이들이다. 어머니들이 보상을 거부한 채 단지 갯벌에서 평생을 살게 해달라고 농림부 안에서 시위를 벌일 때, 그리고 청와대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갈 때, 우리는 <살기 위하여>가 갯벌이 지닌 생태의 의미와 대지를 품은 모성애를 연결시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살기 위하여>는 폭력적인 공권력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힘없는 어머니들의 시위를 물리력으로 제한하고, 물막이 공사를 잠시나마 막으려는 해상 시위에 물대포를 쏘아대는 이 시대의 공권력. 그건 지금 용산에서, 촛불 시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권력의 횡포와 다를 것이 없다. 특히나 씩씩하고 활달했던 고 류기화씨가 일언반구 없이 물길을 열어버린 행정 당국자들의 실수로 목숨을 잃은 것은 국가의 폭력 앞에선 힘없는 개인의 처지를 직시하게 만든다.

<살기 위하여>는 좋은 다큐멘터리가 인간의 진심을 담아낼 때 더욱 빛난다는 것을 입증하는 작품이다. 절망 속에서 다시금 살아갈 것을 맹세하는 계화도 주민 순덕 이모의 얼굴을 응시할 때, 보상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대책위 사람들을 질책하며 눈물 짓는 김하수 씨의 얼굴을 멀찍이 바라 볼 때, 우리는 냉혹한 현실을 환기시키는 다큐멘터리의 순기능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살기 위하여>는 지금 이 땅에 진정으로 필요한 다큐멘터리가 어떤 꼴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중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보고 나면 ‘살기 위하여’란 제목이 가슴 절절하게 다가올 것이다.

2009년 4월 13일 월요일 | 글_하성태(무비스트)




-이 영화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 당신, 분명 문제 있다.
-좋은 다큐멘터리는 극장에서 지켜줘야죠.
-우리가 몰랐던 갯벌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용산 참사에 분노했다면, 그러한 일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진실을 재차 느끼게 해 줄듯.
-2006년도 일이니 전직 대통령들의 문제라 치부하면 대략 난감
-체질적으로 다큐멘터리가 지루하다고? 75분이란 상영시간에 티겟값을 지불하기가 아깝다고?
10 )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4-04 14:13
nada356
제목부터 강렬한.   
2009-12-05 22:47
mvgirl
의미있는 독립영화   
2009-04-16 20:14
kwyok11
환경 다큐멘터리   
2009-04-15 07:33
gaeddorai
아,교과서 에서만 갯벌 지키자고 하지말고 실천해야할텐데   
2009-04-15 00:35
jhee65
보고 싶다   
2009-04-14 16:41
bjmaximus
자연은 소중하다는..   
2009-04-14 08:17
kwyok11
작품성 좋을 거 같네요   
2009-04-14 07:47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