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의 아버지이자, 공상과학 소설의 선구자 ‘쥘 베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지구 속 여행’이 할리우드 시각 특수 효과 감독으로 유명한 ‘에릭 브레빅’(토탈리콜, 맨 인 블랙, 진주만 등등)의 연출 아래 영화로 탄생했다. 바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그것이다.
영화는 지구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질학자 트레버(브랜든 프레이저)는 수년 전 실종된 형의 유품에서 ‘지구 속 여행’이라는 책을 발견한다. 그 책에는 지구 안에 또 다른 세상을 푸는 암호들이 쓰여 있다. 형의 존재와 세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 직감한 트레버는, 조카 션(조쉬 허처슨)과 형이 사라진 아이슬란드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형과 같은 베르니안을 아버지로 두었던, 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산악가이드 한나(애니타 브리엠)를 만난다. 그들 셋은 단서를 찾기 위해 사화산 분화구에 오른다. 하지만 그들은 갑작스레 지구 중심으로 통하는 빅 홀로 빠지면서 뜻하지 않은 여정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단지 상상에서 비롯된 책 속의 세상이 눈앞에 실제로 존재함을 알게 된다.
영화는 ‘쥘 베른’의 소설 속 상상력이 실제라고 믿는 ‘베르니안’들의 생각을 많은 부분 포용한다. 트레버의 형이나 한나의 아버지, 그리고 트레버 까지 그것들이 실존한다는 것에서 생각을 출발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속에 쓰인 대부분의 것들을 화면으로 살려 낸다. 지구의 중심에 우리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멸종된 동식물과 바다, 사막이 마그마로 둘러 싸여 존재한다는 것이나, 어느 지점에 가서 무중력 상태가 된다는 것들도 모두 지질학과 관련하여 허구와 현실을 넘나든다.
이러한 영화 속의 장면들은 특수효과 없이는 불가능한 요소들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개발한 ‘퓨전 시스템’ 카메라를 동원하고 세계최초로 3D를 넘어선 실사 리얼 D로 처음부터 끝까지를 채웠다고 밝힌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그러한 최첨단 장비들을 통해서 상상 속의 판타지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도록 만들고, 상상 이상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비주얼을 보여 줌으로써 영화의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시사회 때는 리얼 D버전이 아닌 일반 버전으로 보아 그 감흥이 좀 덜했다. 이런..)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비주얼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적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할 만한 요소들을 찾기 힘들다. 서론을 짧게 줄이고 영화의 본론으로 빨리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이어지는 연속성에서 우연과 순간이 남발 된다. 그렇기에 한 단계씩 쌓여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저 한 테마가 끝나면 다른 테마가 기다리고 있겠지라는, 마치 게임의 구성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미이라> 시리즈나 기타의 영화들을 통해 액션 어드벤처 전문 배우가 된 ‘브랜든 프레이저’는 장르가 같은 영화라는 속성 때문인지 별다른 새로움이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영화의 제목 그대로 우리가 알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해, 잃어버린 채로 살아가는 미지의 세상을 찾아서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연출을 맡은 에릭 브레빅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비주얼 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우리에게 선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적 요소들을 연결하는 힘은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이러한 아쉬움은 성인들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액션 어드벤처’라기 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모험 영화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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